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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로 보는 이야기

돈을 빌렸다면, 어떻게, 얼마를 갚아야 저당잡힌 물건이 돌아오는가?

by KatioO 2024.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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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례 2023다266390(23. 11. 16.) -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8조(대부업자의 이자율 제한)

 

A는 B가 대부업 사업자라는 사실을 모른 채 2013년 10월, 1,800만원(월 이자 3%)을 빌려오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계약과 관련하여 A는 B에게 자신의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였다. A는 2020년 6월까지 약 3,700만원을 이자로 납부하였다.  하지만 A가 이자제한법에 의해 이자는 연 25%를 넘으면 안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위 이자율로 계산했을 경우 사실상 원금과 이자를 모두 갚은 것과 같으므로, 근저당권을 말소해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하였지만, 고등법원은 대부업임을 A가 알았다고 판단해, "이자를 다 갚지도 않았는데 저당권을 말소해달라는 소는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며 기각하였다.

 

분명 내용은 대부업 이자율과 관련된 내용인데 위 판례의 제목은 이자제한법 위반이 아닌 근저당권말소 청구 소송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큰 돈을 빌리려면, 빌려주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를 못 받을 것에 대해서도 걱정을 안 할 수가 없다. 그렇게 되면 리스크가 커질 것을 우려해 큰 돈을 빌려주기가 쉽지 않게 되고 금융시장은 위축된다. 그래서 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담보'라는 것을 설정하고, 빌려주는 사람은 리스크가 줄었으니 더 큰 돈을 임차인에게 빌려줄 수 있게 된다. 

 

다만, 위 대법원 판례의 요지는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 외에 하나를 더 강조하고 있다. 바로 "고등법원의 기각"과 관련된 내용이다. 결과를 먼저 밝히자면 A의 주장은 이유 없다는 것은 맞지만, 고등법원에서 이를 심리하지 않고 기각한 것은 잘못됐다 판단하였다. 왜 이렇게 판단했는지 살펴보도록 한다.

 

 

미래의 채권 담보? 근저당권?

보통 이러한 담보는 근저당권으로 설정하고 있다. 저당권의 한 종류로, 미래의 채권에 근거가 되는 저당권이라는 뜻이다. 사람들은 보통 돈을 한 번만 빌리지 않는다. 甲이 乙에게 1억을 빌리면서 저당을 잡았는데, 이후 5천만원, 3천만원 총 2회에 걸쳐 돈을 더 빌리고자 한다면 저당권은 각각의 채무에 대해서 설정해야 하므로, 저당권을 2번 더 설정하여야 한다. 乙 입장에서는 그냥 처음부터 甲이 2억을 빌렸으면 이렇게 여러번 저당잡을 일도 없었는데 말이다. 따라서 애초에 乙은 甲에게 "어차피 돈이 2억 정도 필요할 거 같으면, 2억짜리 근저당을 설정합시다. 그럼 당신이 어떻게 빌리든 2억 안에서는 내가 융통해주겠소."라고 요청한다. 甲은 이를 수락하고 1억을 빌리면서 2억짜리 근저당권 설정을 하게 된다. 그리고 甲은 남은 1억에 관해서는 자기가 빌리고 싶을 때 저당권 설정없이 언제든 乙에게 빌려도 된다.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위의 미래에 대해 보장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일반 저당권은 지연이자를 최대 1년까지밖에 받지 못하지만, 근저당권은 이를 넘어서도 받을 수 있다. 왜냐하면, 이 지연이자까지도 빌려준 돈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1억을 빌리고 근저당권 2억을 설정했다면, 최고액인 1억 안에서는 지연이자 자체를 내가 빌려줬다고 하고 이를 갚으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법
제360조(피담보채권의 범위) 
저당권은 원본, 이자, 위약금,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및 저당권의 실행비용을 담보한다. 그러나 지연배상에 대하여는 원본의 이행기일을 경과한 후의 1년분에 한하여 저당권을 행사할 수 있다.

제357조(근저당)  ②전항의 경우에는 채무의 이자는 최고액 중에 산입한 것으로 본다.

 

또한 같은 이유로, 근저당권을 한번 설정하게 되면, 거기에 수반되는 부채를 갚았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고, 처음 근저당을 설정할 때의 결산일까지 근저당 관계는 계속 유지된다. 근저당 결산 전까지는 원한다면 또 돈을 빌릴 수 있고, 그러기 위해 저당이 아닌 근저당으로 계약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좋은 거 아닌가? 그렇지 않다. 돈을 빨리 갚은 이유가 근저당 설정한 부동산을 팔고 싶어서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게 된다. 금전을 빌린 사람은 결국 결산일까지 근저당권자인 금전을 빌려준 사람의 허락 없이는 해당 부동산을 처분할 수가 없게 된다. 돈을 갚았어도 말이다. 미래에 대해 보장하고 있다는 점이 가지고 오는 부작용이다.

근저당권은 계속적인 거래관계로부터 발생·소멸하는 불특정다수의 채권 중 그 결산기에 잔존하는 채권을 일정한 한도액의 범위 내에서 담보하는 것으로서 그 거래가 종료하기까지 그 피담보채권은 계속적으로 증감·변동하는 것이므로, 근저당 거래관계가 계속되는 관계로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이 확정되지 아니하는 동안에는 그 채권의 일부가 대위변제되었다 하더라도 그 근저당권이 대위변제자에게 이전될 수 없다.(2000다54451 판례)

 

이렇다 보니 채권자 입장에서는 무조건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것이 본인에게 유리해, 근저당권은 저당권의 특별한 케이스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금전대차거래의 대부분은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부업자인가? 개인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금전대차를 사업으로 매출을 달성하고 세금을 내는 사람들을 대부업자라고 한다. 여기에 특별한 제한을 더 걸고 공공성을 첨가하면 은행이 되는 것일 뿐이지 은행도 결국은 대부업의 일환이다. 그러므로 반대로 대부업을 소규모 은행이라 생각한다면 이들을 통제할 법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나 체감할 것이다. 그들이 마음 한번 먹으면 진짜 지역 경제 전체를 뒤흔들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돈과 관련해서 가장 신용도가 높은 곳은 바로 은행이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큰 돈이 필요하면 은행을 먼저 찾는다. 그래서 개인 또는 대부업을 통해 돈을 융통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은행에서 거절당한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 은행이 신용도가 가장 높은데 은행이 거절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둘 중 하나이다. 너무 많은 돈을 이미 빌렸거나? 빌리고자 하는 사람의 신용이 너무 낮거나. 결국 이들을 찾았다는 건 더 이상 투자 등의 이유는 아닐 가능성이 높다. 정말 살기 위해서 일 수도 있다.(위 사례가 그렇다는 건 아니다.)

 

이런 절박한 사람들에게 당장의 월이율이 몇 %이고, 선이자가 얼마인지가 중요하겠는가? 아주 극단적으로 당장 이 돈이 없으면 자기가 죽는다고 하면, 월 이율이 50%여도 빌려준다고만 한다면야 받으려고 할 수도 있다. 이런 악순환의 반복은 결국 국민의 재산과 생명의 보호할 의무가 있는 정부 입장에서는 달가울 수가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개인 간 거래는 이자제한법으로, 대부업자는 대부업법으로 이를 제한하고 있다.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8조(대부업자의 이자율 제한) 
① 대부업자가 개인이나 「중소기업기본법」 제2조 제2항에 따른 소기업(小企業)에 해당하는 법인에 대부를 하는 경우 그 이자율은 연 100분의 27.9 이하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율을 초과할 수 없다.

이자제한법
제2조(이자의 최고한도) 
①금전대차에 관한 계약상의 최고이자율은 연 25퍼센트를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지금이야 대부업의 경우 27.9%지만 A가 돈을 빌리던 당시에는 연 39% 제한이였다. 이에 B는 월이자 3%로 돈을 빌렸준 것이므로 적법했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A는 돈을 빌리던 당시 B가 자신이 대부업자임을 밝히지도 않았고, 대부업자 사업자라면 당연히 가지고 있는 대부업등록증도 보지 못했다고 하며, B가 단순히 개인의 자격으로 본인에게 돈을 빌려주었다 생각했다는 주장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실제 B가 대부업사업자이냐 여부와 상관없이 개인간 계약으로 보고 이자제한법에 따라 연 25%에서 이자를 책정해야 하며, 본인이 초과로 제출한 이자금액에 대해서는 원금을 상환했다고 봐야하지 않냐는 주장이다.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8조(대부업자의 이자율 제한)
⑤ 채무자가 대부업자에게 제1항과 제3항에 따른 이자율을 초과하는 이자를 지급한 경우 그 초과 지급된 이자 상당금액은 원본(元本)에 충당되고, 원본에 충당되고 남은 금액이 있으면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이자제한법
제2조(이자의 최고한도)
④채무자가 최고이자율을 초과하는 이자를 임의로 지급한 경우에는 초과 지급된 이자 상당금액은 원본에 충당되고, 원본이 소멸한 때에는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판례를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다.

구 대부업법에서 정한 제한이자율을 초과하는지 여부는 선이자 공제액을 제외하고 채무자가 실제로 받은 금액을 기초로 하여 대부일부터 변제기까지의 기간에 대한 제한이자율에 따른 이자를 기준으로, 선이자 공제액(채무자가 변제기까지 실제 지급한 이자가 있다면 이를 포함한다)이 그것을 초과하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그와 같은 판단의 결과 초과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 초과 부분은 구 대부업법 제8조 제4항에 따라 당사자 사이에서 약정된 선이자 공제 전의 대부원금에 충당되어 그 충당 후 나머지가 채무자가 변제기에 갚아야 할 대부원금이 된다

 

1,000만원을 빌리고 이자 제한이 20만원인데, 50만원의 이자를 요구하여 이에 응했다고 한다면, 20만원은 이자로 지급한 것이지만 30만원은 제한이자율을 넘는 초과부분이 되는데, 이 금액의 성격을 판례는 선이자의 공제로 본다는 것이다. 

 

선이자라는 것은 결국 1,000만원을 빌린 것으로 계약하지만 지급할 때는 이자 20만원을 제외한 980만원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돈을 빌린 사람은 980만원을 받았지만, 갚을 때는 1,000만원으로 갚아야 한다. 이것이 선이자공제이다. 그럼 당월 이자율 산정은 1,000만원으로 해야 하는가 980만원으로 해야 하는가? 법에서는 이를 980만원에 대한 이자를 책정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8조(대부업자의 이자율 제한)
⑥ 대부업자가 선이자를 사전에 공제하는 경우에는 그 공제액을 제외하고 채무자가 실제로 받은 금액을 원본으로 하여 제1항에 따른 이자율을 산정한다.

이자제한법
제3조(이자의 사전공제)  선이자를 사전공제한 경우에는 그 공제액이 채무자가 실제 수령한 금액을 원본으로 하여 제2조 제1항에서 정한 최고이자율에 따라 계산한 금액을 초과하는 때에는 그 초과부분은 원본에 충당한 것으로 본다.

 

만약 1,000만원의 이자를 50만원 수령하였다고 하면, 이자로 20만원은 법에 의해 받은 것이니 이자로 인정하고, 그 초과분인 30만원은 선이자공제한 것으로 보아, 970만원으로 대부원금에 충당된 것으로 보아야 하며, 그 이후로는 이 970만원에 대해서 이자를 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A의 주장대로 만약 B가 대부업인지 몰랐기에 개인 간 거래로 인정하게 된다면, 현재까지 계속 초과 이자를 내왔으므로, B가 받아야 할 금액은 더 줄어들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금액은 빌린 돈이 클 수록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그렇기에 이자의 납부 여부만 판단해서는 부족하다.

원심에서 원고는 ‘피고로부터 이 사건 금전대차에 따라 지급받기로 한 1,800만 원 중 수수료·근저당권설정비용 및 소외인에 대한 매매잔금을 직접 지급하고 남은 95만 원을 송금 받았다.’는 취지로 주장하였고, 피고가 제출한 증거에 따르더라도 이 사건 금전대차와 관련한 송금액은 총 1,640만 원에 불과하다. 즉,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금전대차에서 정한 원금 1,800만 원을 모두 지급하지 않았다고 볼 여지가 상당히 있는데, 이는 곧 피고가 미리 공제한 부분 중 적어도 일부가 구 대부업법 제8조 제2항에서 정한 ‘선이자’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의 피담보채무에 관한 변제충당 과정에서도 이를 고려해야 함을 의미한다. 그런데 원심이 인정한 ‘약정이율에 따른 이자 4,932만 원’은 구체적인 계산내역을 알 수 없고, 위 금액의 근거로 삼은 ‘을 제3호증’은 1,800만 원을 원금으로 보아 피고가 주장하는 계산방법에 불과하므로, 결국 원심은 이 사건 금전대차와 관련하여 구 대부업법 제8조 제2항에서 정한 ‘선이자’의 존부와 그 범위에 대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의 피담보채무가 모두 소멸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고 볼 여지가 크다.

 

즉, 대부업의 여부와는 별개로 애초에 A에게 준 돈이 1,800만 원이 아닌 1,640만 원인데 '이것이 선이자 공제로 볼 여지는 없는가?' 등의 고려가 없이 B가 1,800만 원을 원금으로 보고 계산한 이자 4,932만 원을 기준으로 삼아 판단하는 것은 그 자체가 잘못됐다고 판시하고 있다. 

 

즉, 채무 관계가 해소되지도 않았는데 왜 근저당권말소 청구를 했냐?고 볼 것이 아니라, 채무관계가 근저당권의 말소와 아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한, 채무관계는 정말 해소되지 않았는가에 대해서도 법원은 판단했어야 한다는 취지이다. 아무리 그것이 근저당권말소 청구였다고 해도 말이다.

 

 

A의 주장이 틀렸더라도 이건 심리했어야 한다.

피담보채무 전액을 변제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근저당권설정등기에 대한 말소등기절차의 이행을 청구하였으나(A의 주장), 원리금의 계산 등에 관한 다툼 등으로 인하여 변제액이 채무 전액을 소멸시키는 데 미치지 못하고 잔존채무가 있는 것으로 밝혀진 경우(A의 주장에 이유가 없어 B는 대부업자로써 계약한 것이 맞다고 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의 청구에 확정된 잔존채무를 변제하고 그 다음에 위 등기의 말소를 구한다는 취지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고 이는 장래 이행의 소로서 미리 청구할 이익도 인정되므로, 피담보채무가 전액 변제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할 것이 아니라 근저당권설정등기의 피담보채무 중 잔존원금 및 지연손해금의 액수를 심리·확정한 후 그 변제를 조건으로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를 명하여야 한다

 

원심법원의 판단은 이러했다. 근저당권말소는 기본적으로 채무관계를 해소하고 나서 말소 청구를 해야지, 채무관계를 해소하지도 않았으면서 말소 청구를 하면 어떻게 하나? 요건을 갖추지 못했으니 기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위와 같이 판시하고 있다. A가 말소청구를 한 것은, 자신이 생각할 때는 B가 개인으로써 돈을 빌려준 것이니, 자신의 입장에서는 이미 모든 금액을 변제했다고 생각하기에 말소청구를 한 것이니, 법원은 이를 판단해주어야 하고, A가 자신이 틀렸다고 해도 채무관계를 남겨놓은 상태로 근저당권을 말소시켜달라는 취지가 아니라, B가 법정이자 한도 내에서 돈을 받은 게 맞다고 하면, 이를 모두 변제하고 말소를 구하겠다는 취지인 것이 당연한 것이니, 이를 심리도 하지 않고 기각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대법원은 이를 원심으로 파기환송하고, 원심에서 저 이자금액은 제대로 산정된 것이 맞은지, A는 정말 잔존채무가 없는 것인지, 있다면 얼마를 갚아야 하는지를 확정한 후 이를 모두 변제하는 조건으로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를 명령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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