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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로 보는 이야기

당선이 무효가 되면 받은 기탁금을 보전받은 것도 다시 뱉어내야 한다.

by KatioO 2024. 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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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례 2022다305861(23. 5. 18.) - 공직선거법 제265조의2(당선무효자 등의 비용반환)

A는 2014년 ○○시 교육감으로 당선되었다 당선무효가 된 사람으로, 교육감 선거 당시 15%이상의 지지율을 얻어 기탁금 전액을 반환 받았다. 하지만 이후 당선무효가 되자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받은 기탁금을 모두 반환하라고 고지서를 발송하였으나 A는 이를 납부하지 않았다. 이에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시효 정지를 위한 소송을 제기하였고, A는 시효가 아직 다가오지도 않았는데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너무 빠르다고 주장한다.

 

A가 처한 상황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당선무효가 되면 공직선거법 제265조의2에 따라 지지율에 따라 보전해 준 기탁금을 다시 국고로 반납하여야 한다. 하지만 A는 2015. 11. 30.에 받은 고지서대로 납부하지 않았고, 선관위는 이를 관할세무서장에게 징수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다. 하지만 그 강제절차로도 보전금을 모두 회수하지 못하자, 선관위는 소멸시효의 만료를 걱정하여 소송을 제기(2020. 8. 3.)하였다. 하지만, A는 국세체납처분 절차대로 징수하고 있으니 소멸시효가 10년인데, 왜 벌써부터 시효정지를 위한 소를 제기하냐며 항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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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후보자의 난립을 막기 위해 기탁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피선거권, 즉, 선거를 받을 권리, 다른표현으로는 투표의 대상이 되므로 선출직 후보자이다. 우리나라의 피선거권은 특별히 범죄자이거나 너무 어리지만 않으면(만 18세 기준) 누구나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이다. 다만, 누구나에게 있는 권리, 제한이 없는 권리는 그 남용에 대해서도 항상 경계하여야 한다. 누군가는 취업 스펙을 위해 후보자 등록을 낼 수도 있다.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권리이니까.

 

따라서 이러한 권리의 남용을 막기 위해, 우리나라는 선거 후보자 등록자들에 대해서 기탁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후보자 등록을 하려면 우선 국가에 법에서 정한 일정 금액을 맡긴 후에 선거가 끝나면 이를 돌려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돈을 국가가 맡아주는 것이지 사라지는 게 아니라고 하면, 사실상 무의미한 제도가 된다. 따라서, 기탁금을 돌려받는 조건이 몇가지 정해놓았는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득표율(=지지율)이다. 

 

공직선거법
제57조(기탁금의 반환 등)
①관할선거구선거관리위원회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른 금액을 선거일 후 30일 이내에 기탁자에게 반환한다. 이 경우 반환하지 아니하는 기탁금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귀속한다.
1. 대통령선거, 지역구국회의원선거, 지역구지방의회의원선거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선거
가. 후보자가 당선되거나 사망한 경우와 유효투표총수의 100분의 15 이상을 득표한 경우에는 기탁금 전액
나. 후보자가 유효투표총수의 100분의 10 이상 100분의 15 미만을 득표한 경우에는 기탁금의 100분의 50에 해당하는 금액
다. 예비후보자가 사망하거나, 당헌ㆍ당규에 따라 소속 정당에 후보자로 추천하여 줄 것을 신청하였으나 해당 정당의 추천을 받지 못하여 후보자로 등록하지 않은 경우에는 제60조의2제2항에 따라 납부한 기탁금 전액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
제49조(「공직선거법」의 준용) 
① 교육감선거에 관하여 이 법에서 규정한 사항을 제외하고는 「공직선거법」 … 제54조부터 제57조까지, …  시ㆍ도지사 및 시ㆍ도지사선거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

 

교육감 선거는 공직선거법에서 시·도지사선거에 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다. 즉, 교육감 선거 역시 기탁금(5,000만원)을 내고 이후에 15%이상의 지지율을 받으면, 그 기탁금을 모두 돌려받을 수 있다. 

 

 

기탁금은 불법행위에 대한 제재금을 미리 선납하게 하는 효과도 있다.

기탁금은 후보자의 난립을 막기도 하지만, 그 당선으로 일하게 되는 자리들이 하나같이 국가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라는 점, 달리 말해 권력의 중심이 되는 자리이다 보니, 선거에 많은 힘을 쏟다 보면 그에 수반되는 불법행위들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것이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말이다.

 

그렇다 보니 위 기탁금 제도를 활용하여, 인지도가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하는 후보들의 난립을 막고자 함도 있지만, 후에 선거운동과정에서 나타난 불법에 대한 제재금을 미리 선납하게 하여, 선거운동 중 이것이 발견됐을 경우 위 기탁금을 반환하지 않는 식으로 이를 보전하기도 한다.

공직선거법
제265조의2(당선무효된 자 등의 비용반환) 
제263조부터 제265조까지의 규정에 따라 당선이 무효로 된 사람(그 기소 후 확정판결 전에 사직한 사람을 포함한다)과 당선되지 아니한 사람으로서 제263조부터 제265조까지에 규정된 자신 또는 선거사무장 등의 죄로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형이 확정된 사람은 제57조와 제122조의2에 따라 반환ㆍ보전받은 금액을 반환하여야 한다

 

공직선거법 제263조(선거비용 초과지출로 인한 당선무효), 제264조(당선인의 선거범죄로 인한 당선무효), 제265조(선거사무장 등의 선거범죄로 인한 당선무효)로 인해 당선무효가 됐거나 애초에 당선이 되지 않았지만 여기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15%이상의 지지율을 받았어도 기탁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제265조의2(당선무효된 자 등의 비용반환)
② 관할선거구선거관리위원회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반환사유가 발생한 때에는 지체없이 당해 정당ㆍ후보자에게 반환하여야 할 금액을 고지하여야 하고, 당해 정당ㆍ후보자는 그 고지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선거구선거관리위원회에 이를 납부하여야 한다.
③ 관할선거구선거관리위원회는 제2항의 납부기한까지 당해 정당ㆍ후보자가 납부하지 아니한 때에는 당해 후보자의 주소지(정당에 있어서는 중앙당의 사무소 소재지를 말한다)를 관할하는 세무서장에게 징수를 위탁하고 관할세무서장이 국세체납처분의 예에 따라 이를 징수한다.

 

반환의 사유가 발생하면, 그 후보자는 고지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이를 납부하여야 하는데, 기탁금으로 납부하여야 맞겠지만 기탁금을 미리 반환해버린 뒤 사유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고지서를 발부하여 그 반환금액 전액을 다시 납부하여야 하며, 납부하지 않을 경우 관할세무서장에게 징수를 위탁하도록 하고 있다. 

 

 

A는 이것이 국세채무라고 주장하여, 아직 자신에게 시간이 있다고 주장한다.

위 사례 A는 우선 자신이 기탁금 반환 대상자라는 사실에는 특별히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위 조문에서 보듯이 관할세무서장이 국세체납처부느이 예에 따라 이를 징수하기로 하였으니, 자신이 납부하지 않은 기탁금 역시 국세채무에 준용해야 하므로, 자신에게는 납부할 시간이 아직 남았다고 주장한다. 

국세기본법
제27조(국세징수권의 소멸시효)
① 국세의 징수를 목적으로 하는 국가의 권리(이하 이 조에서 "국세징수권"이라 한다)는 이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른 기간 동안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 이 경우 다음 각 호의 국세의 금액은 가산세를 제외한 금액으로 한다. 
1. 5억원 이상의 국세: 10년

 

즉, 2015. 11. 30.에 고지서를 받았으므로 2025. 11. 29.까지 납부하면 되는 것이므로, 소를 제기한 2020. 8. 3.의 시점에서는 아직 5년 가까이 남았으니 본인에게 기회를 주어도 되는데, '채권의 소멸 시효가 다가올 것이 우려되어 소송을 제기'했다고 하는 이유로 이 소송을 진행하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제263조부터 제265조까지의 규정에 따라 당선이 무효로 된 사람 … 은 제57조에 따라 반환된 기탁금 및 제122조의2에 따라 보전받은 선거비용을 관할선거구선거관리위원회에 반환하여야 하고, 관할선거구선거관리위원회는 납부기한까지 위 기탁금 또는 선거비용이 반환되지 않은 경우에 당해 후보자의 주소지를 관할하는 세무서장에게 징수를 위탁하여 관할세무서장이 국세체납처분의 예에 따라 이를 징수하며, … 그런데 공직선거법은 제265조의2에서 정한 기탁금 및 선거비용에 대한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에 대해 달리 정한 바가 없으므로, 국가재정법 제96조 제1항 또는 지방재정법 제82조 제1항에 따라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

피고의 이 사건 기탁금 등 반환채무는 그 징수 방법만 국세체납처분의 예에 따를 뿐 국세채무가 아니므로 국세기본법 제27조에 따른 10년의 소멸시효가 아니라 국가재정법 제96조 제1항에 따른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보아, 이와 달리 이 사건 기탁금 등 반환채무에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됨을 전제로 한 피고의 항변을 배척하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즉 A가 납부하지 않은 기탁금은 선관위가 받아야 할 국가재정법에 따른 채무이지 세금의 징수가 아니라고 판시하고 있다. 결국 세금이 아니니 국세기본법을 따르지 않고 국가와의 채무관계이므로 국가재정법에 따라 소멸시효 5년이 적용돼야 하므로, 2020. 11. 29.까지 납부하여야 한다. 하지만 소 제기일인 2020. 8. 3.까지도 납부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3개월 정도 남은 시점에 소송을 통해 위 시효를 정지시키고, 국고를 보전하고자 하는 선관위의 시도는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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