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례 2023도3258(23. 6. 1.) - 지방공무원법 제52조 제2항(정치운동의 금지), 형법 제33조(공범과 신분)
A는 시민들의 선거를 통해 당선된 자치단체의 장이다. A는 자신이 장(長)으로 있는 기관 소속 공무원들을 이용해 선거활동을 하도록 지시하였고,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이러한 정황을 포착하여 경찰에 이를 고발하였다. 고발이 되자 A는 자신은 정치활동이 금지된 공무원이 아니기에 죄가 없다고 하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
우리는 일반적으로 공무원이라면 정치활동을 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공무원은 특정 정당원에 가입하거나,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SNS 상에 함부로 게재해서는 안된다. 공무원들에게는 선거철만 다가오면 자신이 투표했다는 사실조차도 알리는 데에 조심해 줄 것을 알리는 뉴스를 많이 보았을 것이다.
우선 이번 사례는 원심판결이 아직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사실관계를 알 수 없다. 본인이 판례 포스팅 앞에 쓴 사례는 모두 판례를 보고 최대한 사실과 가깝게 풀어 설명하려 하지만, 정확한 내용까지 판례만 보고는 알 수 없기에 매끄러운 진행을 위해 허위의 사실을 항상 가미하고 있다. 본인이 판례를 통해 무언가를 설명하고자 함은 법의 해석에 대한 판사들의 의견을 알리기 위함이지 사례의 전파가 아님을 명확히 밝힌다.
이번 사례는 원심판결도 현재 열람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아예 대놓고 대법원 판례의 의도에 맞추어 처음부터 끝까지 지어낸 가상의 상황이라는 점을 미리 알린다.
모든 공무원이 정치활동이 금지된 것은 아니다.
지방공무원법 제52조 제2항에 따르면, 공무원들은 정치활동을 할 수 없게 되어있다.
지방공무원법
제57조(정치운동의 금지)
① 공무원은 정당이나 그 밖의 정치단체의 결성에 관여하거나 가입할 수 없다.
② 공무원은 선거에서 특정정당 또는 특정인을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투표를 하거나 하지 아니하도록 권유하는 것
2. 서명운동을 기획ㆍ주재하거나 권유하는 것
3. 문서 또는 도화(圖畵)를 공공시설 등에 게시하거나 게시하게 하는 것
4. 기부금품을 모집하거나 모집하게 하는 행위 또는 공공자금을 이용하거나 이용하게 하는 것
5. 타인에게 정당이나 그 밖의 정치단체에 가입하게 하거나 가입하지 아니하도록 권유하는 것
지방공무원의 경우 본인이 속해있는 기관의 장이 대부분 선출직이라는 점에서 다른 공무원들보다도 이 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높은 직군이기도 하다. 특히 시·군·구의 장은 최대 3번까지 연속해서 할 수 있다보니, 자신이 했던 하나의 일도 열심히 했다고 알리고 싶고, 자신만이 이런 일을 해낼 수 있다고 알려야 다음에도 시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고, 자치단체의 장이라는 직업도 연장근무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자치단체의 장은 일반적으로 시청에서 일하는 공무원들과는 그 종류가 다르다. 선거를 통해 뽑힌 자치단체의 장은 특수경력직공무원 중 정무직공무원이며, 이들은 위에서 말하는 지방공무원법 제57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지방공무원법
제3조(적용범위)
① 특수경력직공무원에 대하여는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제31조, 제41조제1항, 제42조, 제43조, 제43조의2, 제43조의3, 제44조부터 제46조까지, 제46조의2, 제46조의3, 제47조부터 제51조까지, 제51조의2, 제52조부터 제59조까지(57조 포함), 제61조, 제74조, 제75조, 제75조의2, 제76조부터 제79조까지, 제82조 및 제83조에 한정하여 이 법을 적용한다.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정무직공무원에 대하여는 제31조 및 제61조를 적용하지 아니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특수경력직공무원에 대하여는 제57조 및 제58조를 적용하지 아니한다.
지방공무원 복무규정
제8조(공무원의 범위) 법 제3조제2항에 따른 공무원의 범위는 다음 각 호와 같다.
1. 지방의회의원
2. 선거에 의하여 취임한 지방자치단체의 장
그렇다면 결론적으로 지자체의 장은 정치운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형법에서는 사람을 도구로 이용하면 그 사람의 신분도 이용했다고 본다.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법과 관련된 시사 중 하나가 바로 '형사미성년자' 제도이다.
형법
제9조(형사미성년자) 14세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즉, 14세 미만의 자는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그것이 살인일지라도) 형사적으로 처벌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甲이라는 사람이 14세 미만인 乙에게 "丙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너는 형사미성년자라 이 사람을 다치게 해도 처벌받지 않으니, 너가 丙에게 상해를 입혀주면 그에 합당한 사례를 하겠다."고 꼬득여 乙이 丙을 상해입혔다고 가정해보자. 그대로의 사실만 놓고 보면, 乙이 고의를 가지고 행위를 하였고, 丙의 상해라는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甲은 乙에게 丙에게 상해를 입히라 교사하였다. 형법에서는 교사범은 그 죄를 실행한 자와 동일한 형을 받는다.
형법
제31조(교사범) ①타인을 교사하여 죄를 범하게 한 자는 죄를 실행한 자와 동일한 형으로 처벌한다.
말 그대로라면 실행한 자가 乙이므로 甲은 乙과 동일한 형으로 처벌 받으므로, 상해죄의 죄를 물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상해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처벌을 받으니 별 어려움이 없다고 느껴지지만, 자격이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는 신분범이 되면 갑자기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만약 a가 공무원인 b와의 개인적인 친분을 이용해, 국립대학 졸업장을 만들어 달라 요청하여, 이를 수락한 경우 b는 허위로 공문서를 작성하였으니 ‘허위공문서작성죄’가 성립되고 a는 b에게 만들어달라 교사하였으니 제31조 교사범 처벌규정에 따라 b와 같은 형인 ‘허위공문서작성죄’로 처벌하여야 한다. 그런데 위 죄는 공무원에만 죄를 물을 수 있는 신분범이다. 실제로 이 문서를 행사하고 이득을 취한 건 a인데, a는 공무원이 아니라서 위 죄를 물을 수 없다. 형법의 교사범에 관한 규정이 오히려 a를 보호해주는 모순을 낳았다.
이러한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형법에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형법
제33조(공범과 신분)
신분이 있어야 성립되는 범죄에 신분 없는 사람이 가담한 경우에는 그 신분 없는 사람에게도 제30조부터 제32조까지의 규정을 적용한다.
신분범이 아닌 자라도 신분을 가진 자와 함께 범죄를 저지르면 신분이 있는 것으로 보고 처벌한다는 것이다. 형법 제33조에 따라 a는 공무원이 아니더라도 ‘허위공문서작성죄’의 교사범으로 처벌받게 된다.
지자체 장은 선거운동이 가능하지만, 이걸 할 수 없는 사람을 이용하면 처벌받는다.
판례는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지방공무원법 제57조 제2항은 처벌대상이 되는 정치운동 행위를 각호로 열거하면서 "공무원은 선거에서 특정정당 또는 특정인을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하여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여 그 주체를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으로 제한(신분범)하고 있다. 한편 형법 제33조 본문은 "신분관계로 인하여 성립될 범죄에 가공한 행위는 신분관계가 없는 자에게도 전 3조의 규정을 적용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신분범에 있어서 비신분자라 하더라도 신분범의 공범으로 처벌될 수 있다. 따라서 지방공무원법 제3조 제2항, 지방공무원 복무규정 제8조 제2호에 따라 지방공무원법 제57조 제2항의 주체인 ‘공무원’으로 보지 않는 ‘선거에 의하여 취임한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경우에도 신분관계가 있는 다른 공무원의 범행에 가공한 경우에는 지방공무원법 제82조 제1항, 제57조 제2항 위반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정치활동의 금지는 정무직공무원이 아닌 공무원들에게만 해당되는 신분범이다. 이에 신분이 없는 정무직공무원이 정치활동 금지의 대상이 되는 공무원들에게 선거운동을 하게 했다면, 그 공무원들이 신분범으로 처벌받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신분이 없는 정무직공무원 역시 이에 가담하였으므로, 비록 비신분자라도 공범으로 처벌하겠다고 판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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