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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로 보는 이야기

아동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면, 교육자도 자신의 교육활동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by KatioO 2024.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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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례 2023두37858(23. 9. 14.) - 교원지위법 제15조(교육활동 침해행위에 대한 조치)

A는 초등학교 담임이다. 자신 반의 학생이 심하게 장난을 치자 레드카드를 주어 이를 칠판에 붙히고 약 10분 간 교실을 쓸게 하였는데, 이를 들은 해당 학생의 부모 B가 이는 인권을 침해한 행위이고 아동학대라며 민원을 제기하고 담임 교체를 요구하였다. 이에 B는 학생인권심의위원회에 인권관련 문제로, 경찰에는 아동학대 혐의로 문제를 삼았고, A는 자신은 잘못이 없으며 B의 지속적인 행위가 '부당한 담임교체 요구'라며 교권보호위원회에 이를 신고하였고 이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B는 '학생의 권리가 교사의 권리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며 위 교권보호위원회의 처분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하였다.

 

우리가 살면서 헌법에서 정한 권리는 당연히 모두 누리면서 살아야 하는 것이며, 그것은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닌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나의 권리를 주장하게 되면 다른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가 반드시 발생한다. 기자는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지만, 이를 위해 개인이 평온을 누리고 신체가 구속되지 않을 권리를 반드시 침해하게 된다. 이 두가지 권리 모두 대한민국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공공의 권리보다 개인의 권리를 우선할 수 없기에 기자의 취재 활동을 보호한다.

 

교육은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일 정도로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교육을 받는 객체, 즉, 학생이 이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 교사가 반드시 필요하게 된다. 이것 또한 사회계약론의 취지로 해석하자면, 학생에게 교육의 의무를 다하게 하기 위해 사회적으로 우리는 교사에게 일정한 힘을 주었고, 그것이 교권이다. 그렇기에 학생의 권리와 교권이 서로 부딪치는 상황이 발생하여, 교권을 우선하면 반드시 학생의 권리가 침해되는 상황이라면, 그 교권의 발현은 반드시 보충적(최후의 수단)이어야 하며, 적어도 법을 어기지 않아야 한다. 과거 우리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뚜드려 패며 가르쳤던 그런 방식은 안된다는 이야기이다.

 

알게모르게 우리는 그렇게 약속해왔으며, 법의 구조도 위와 같은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만, 보충적이며 적법해야 한다는 점이 이 교권의 선을 정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위 사례에서 B는 실제로 인권위에 이를 제소하였고, A의 처분은 학생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결론을 받아 A의 초등학교는 교육청으로부터 시정권고도 받았다. 교권과 학생인권이 충돌한 위 사례, 법원은 A의 처분은 적법한 처분이였으며, 교권은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는가에 대해 판시한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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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안정을 위해 권리는 언제나 충돌하기 마련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2조 
①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ㆍ구속ㆍ압수ㆍ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ㆍ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

 

우리가 인간으로써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보장되어야 할 권리들을 법으로 정해놓았다는 것을 역으로 생각해보자. 결국 이를 법으로 규정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누군가 침해하는 상황이 발생하기에 굳이 명문화 해 놓았다는 뜻도 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신체의 자유를 갖는다(헌법 제12조). 그 말은 반대로 이렇게 해놓지 않으면 누군가 나의 자유를 침해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그것이 꼭 개인의 불법적인 방법이 아니라 사회 안정을 위해 사회가 용인한 어떤 방식(적법한 방식)으로 말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체포, 구속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자유로워야 하지만, 그 사회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특별한 경우, 범죄를 저지르거나 범행을 저질렀어도 이를 은폐할 우려가 있는 사람은 잡아두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은 헌법에 아무리 내 자유를 보장한다 하더라도 항상 주변에 내 자유를 침해할 사람이 있진 않을지, 누군가 나에게 범죄를 저지르진 않을지 걱정하며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막연한 걱정을 하면서 사는 것을 '공황장애'라고 부를 정도인데, 모든 국민이 이렇게 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하지만, 아무리 범죄자라도 그 역시 대한민국 국민이기에 사람으로써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여야 하고, 범죄자로써 신체의 자유를 구속하여야 한다. 그렇기에 우리 헌법은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대원칙이지만, 이를 제한하고자 할 때는 반드시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해야 한다 명시하고 있다.

 

교육의 의무는 다른 의무와는 조금 다르다.

대한민국 헌법
제31조 
④교육의 자주성ㆍ전문성ㆍ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
⑥학교교육 및 평생교육을 포함한 교육제도와 그 운영, 교육재정 및 교원의 지위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위의 자유는 아주 엄격한 상황에서만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교육의 의무는 조금 다르다. 우리가 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내 권리를 주장하기 전에 그것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되며, 그럼에도 무언가 위법한 행위를 하게 되면, 그로 인해 나의 권리도 침해당할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교육을 받아야 할 학생들에게는 이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다. 아직 학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헌법에서 보장하는 모든 권리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임과 동시에 학습되어야 하는 권리이다. 우리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학습'이라는 단어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학습[學習]
2. [심리] 경험의 결과로 나타나는, 비교적 지속적인 행동의 변화나 그 잠재력의 변화. 또는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

 

결국 경험하여야 한다. 단순한 지식의 전달처가 아니라 우리가 당연히 생각하는 사회 구성원으로써 지켜야 할 약속을 학습하기 위해선 이를 경험해 보아야 한다. 이에 우리는 '학교'라는 아주 효율적인 집단과 공간을 제공하여 이곳에서 지식함양 뿐아니라, 사회구성원으로써 지켜야 할 당연한 약속들, 그리고 이를 어길 시 받게 되는 개인의 권리 침해(처벌, 체벌)를 작게 나마 경험하게 된다. 즉, 내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는 사실도 경험을 해야 학습하는 것이고, 진정한 사회 구성원으로 나가서도 이에 대한 무서움을 배웠기에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다른 의무들과는 달리 교육의 의무에서는 다른 권리가 제한되는 것도 배워야 할 의무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제한하는 방식을 엄격히 정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자가 학생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도록 오히려 법률로 이를 보장하게끔 조문화 되어 있다. 이것이 헌법 제31조 제4항 교육의 자주성이며, 제6항 '교원의 지위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이다. 쉽게 말해, 자유의 제한과 같이 '교육자는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교원의 지위를 이용하여 학생을 체벌할 수 없다.'라고는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교육의 자주성은 어떻게 보장하고 어디까지 제한해야 하는가?

우선 판례는 교육의 자주성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다.

헌법 제31조 제4항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교육기본법, 교육공무원법, 초·중등교육법에 따르면, 학교교육에서 교원의 전문성과 교권은 존중되어야 하고, 교원은 그 전문적 지위나 신분에 영향을 미치는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아니하며(교육기본법 제14조 제1항, 교육공무원법 제43조 제1항),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법률이 정한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초·중등교육법 제21조 제2항). 따라서 적법한 자격을 갖춘 교사가 전문적이고 광범위한 재량이 존재하는 영역인 학생에 대한 교육 과정에서 한 판단과 교육활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존중되어야 하며, 국가, 지방자치단체, 그 밖의 공공단체나 학생 또는 그 보호자 등이 이를 침해하거나 부당하게 간섭하여서는 아니 된다

 

교사는 반드시 교원자격증을 취득하여야만 가질 수 있는 직업이고, 그 교원자격증은 국가가 발행하는 자격증이며, 그 전문성을 국가가 보증하고 있는 것이다. 비슷한 예로 검사(법률전문)와 의사(의료전문)가 있다. 그러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교사가 판단한 것에 대해서는 존중되어야 하며, 이를 외부에서 간섭할 수 없다는 것이 헌법에서 명시한 "교육의 자주성"이라해석하고 있다.

 

한편 모든 국민은 그 보호하는 자녀에게 적어도 초등교육과 법률이 정하는 교육을 받게 할 의무를 진다(헌법 제31조 제2항). 그리고 부모 등 보호자는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이 바른 인성을 가지고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교육할 권리와 책임을 가지며,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의 교육에 관하여 학교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학교는 그 의견을 존중하여야 한다(교육기본법 제13조). 이처럼 부모 등 보호자는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의 교육에 관하여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나, 이러한 의견 제시도 앞서 본 것과 같이 교원의 전문성과 교권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하여 반복적으로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교원지위법 제15조 제1항 제4호, 「교육활동 침해행위 및 조치 기준에 관한 고시」(교육부고시 제2019-203호, 2019. 11. 5. 시행, 이하 ‘이 사건 고시’라고 한다) 제2조 제3호].

 

보호자도 교육의 의무를 진다. 바로 자신의 자녀에 대해서 말이다. 그렇다면 보호자 역시 이들을 건강하게 성장시킬 책임이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학교에 당연히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이것은 헌법의 의무이니 당연히 학교는 이를 존중하여야 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 사례는 결국 전문가인 교사가 학생에게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자주적으로 교육활동을 할 수 있는 권리와, 보호자가 자신의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보호하고자 그 교육활동을 막으려는 권리가 충돌하게 되었다. 만약 이 권리가 충돌할 경우 법원은 "교원의 전문성과 교권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며, 교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렇다고 한다면, 교원지위법 제15조 제1항에 따라 그러한 정당한 교육에 반복, 부당한 방법으로 간섭하는 행위는 아무리 보호자라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논리이다.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제15조(교육활동 침해행위에 대한 조치) 
① 제3항에 따른 관할청과 「유아교육법」에 따른 유치원 및 「초ㆍ중등교육법」에 따른 학교(이하 "고등학교 이하 각급학교"라 한다)의 장은 소속 학교의 학생 또는 그 보호자 등이 교육활동 중인 교원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이하 "교육활동 침해행위"라 한다)를 한 사실을 알게 된 경우에는 즉시 교육활동 침해행위로 피해를 입은 교원의 치유와 교권 회복에 필요한 조치(이하 "보호조치"라 한다)를 하여야 한다. 
4. 그 밖에 교육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행위로서 교육활동을 부당하게 간섭하거나 제한하는 행위

교육활동 침해 행위 및 조치 기준에 관한 고시
제2조(교원의 교육활동 침해 행위)
교원의 교육활동(원격수업을 포함한다)을 부당하게 간섭하거나 제한하는 행위는 다음 각 호와 같다.  

3.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해 반복적으로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 

 

B는 레드카드 벌점제를 통해 칠판에 이를 공개적으로 명시하는 것은 인권의 침해가 된다고 인권위에 제소하긴 하였지만, 이 레드카드 제도가 문제가 있다며 학교측에 요청하였는데도 이를 정정해주지 않아 담임교사를 교체를 요청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교사의 교체를 요구하였으며, 이에 대해 교장이 이것 역시 들어주지 않자 그럼 책임자인 교감에게 A에 대한 모니터링을 요구하자 그렇게 하겠다는 답변을 듣고 나서도 다시 담임교체를 요구한 점을 들어, 모니터링 자체도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방식임과 동시에 담임교체가 부당한 절차에 대한 의견제시가 아닌 단순 반복적인 간섭행위라 판시하였다.

앞서 본 것처럼 부모 등 보호자는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의 교육에 관하여 학교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며 학교는 그 의견을 존중하여야 하는바, 학급을 담당한 교원의 교육방법이 부적절하여 교체를 희망한다는 의견도 부모가 인사권자인 교장 등에게 제시할 수 있는 의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학기 중에 담임에서 배제되는 것은 해당 교사의 명예를 크게 실추시키고 인사상으로도 불이익한 처분이며 … 설령 해당 담임교사의 교육방법에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교육방법의 변경 등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면 먼저 그 방안을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그러한 문제로 인해 담임교사로서 온전한 직무수행을 기대할 수 없는 비상적인 상황에 한하여 보충적으로만 허용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원고(보호자)는 … 피고(교장)와 교감에게 반복적으로 담임교체를 요구하였다. … 원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원고가 2021. 5. 17. 면담 시 피고에게 소외 2(레드카드를 받은 자녀)를 지켜달라고 요구하여 피고가 소외 1(담임교사)의 수업을 모니터링하겠다고 한 것으로 보이고, … 원고가 약속 이행을 요구한 모니터링 방식, 즉 휴식시간 10분을 제외하고 소외 2의 등교부터 하교까지 모니터링하는 것은 소외 1의 담임교사로서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방식이다. 소외 1은 2021. 5. 17. 면담 시 원고에게 목소리 톤을 낮추고 잘못된 것을 수정하겠다고 약속하였으나, 원고는 다음 날 다시 담임교체를 요구하였다. 이상에서 보는 것과 같이 원고는 상당한 기간 동안 반복하여 담임교체만을 요구하였고, 그 과정에서 소외 1의 개선 노력 제안을 거부하며 부적절한 말과 행동을 하였다.

 

2024년 현재 교권에 대한 이야기는 생각보다 그 열기가 뜨겁다.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을 기점으로 정부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 담화문을 발표하고 학교폭력전담조사관 제도를 운영하겠다고 할 정도로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더 이상 학교 안의 일로 치부하지 않고 사법기관, 행정기관이 모두 발 벗고 나서고 있으며, 추락한 교권에 대한 보완책을 쏟아내는 중이다. 

 

교사는 성역의 직업이 아니다. 예전과 같이 촌지를 받는 것이 당연하며, '카지노'라는 드라마에서 보인 바와 같이 선생이 학생의 앞날을 자기 멋대로 결정해버려도 문제없이 정년 다 마치고 연금 받는 그런 성역의 직업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처음으로 맞딱뜨리는 작은 사회이며 사회적 약속을 학습하는 성역의 공간에서 일을 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의 교사라는 인식에 대한 간극은 교사를 포함해서도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모두 줄여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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