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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로 보는 이야기

빌린 상가 건물을 늦게 돌려주면, 그 기간 동안 창출해 낸 수익도 돌려주어야 하는가?

by KatioO 2024.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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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례 2023다257600(23. 11. 9.) -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9조 제2항

A는 B에게 건물을 빌리고 그곳에서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B는 해당 부지를 재개발을 통해 가치를 올리고자 A에게 나와달라 요청하였다. A는 갱신권을 통보하였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A는 계약만료일인 11월 부터 다음해 2월까지 약 3개월 간 더 건물을 사용한 뒤 이를 인도하였다. B는 이에 대해 A에게 해당 사용기간 동안 창출해 낸 부당이득금에 대해 반환을 요청하고 있다.

 

이 사례와 비슷한 주택임대차보호법에 관한 포스팅을 보고 오면 더 이해하기 쉽다.

 

 

전세자를 쫓으려면 집주인이 들어와 살아야 한다.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알지?

대법원 2022다279795 판례(23. 12. 7.) -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계약의 갱신) A는 자신이 전세를 내준 아파트에서 직접 거주하기 위해 임차인으로 들어와 있던 B에게 나가줄 것을 요청했다. B도 이에

wkqtkdtlr.tistory.com

 

우리는 보통 아파트 거래에서 임대차보호법을 통해 임차인을 보호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임대차 관계는 꼭 주거 거래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며, 주거 만큼이나 상가 건물에 대해서도 임차인을 보호해 줄 필요가 있다. 건물에 대한 감정평가액은 당연히 주변 시설, SOC, 대중교통 등 상권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에도 작용을 받지만, 그 상가 자체의 인기도 건물의 평가에 한 몫한다. 과거 시골에서는 전국적인 맛집이 있으면 앞에서 미니 시장이 열리기도 했으며, 그것이 다시 커져 그 주변 상권을 모두 부흥시키기도 했다.

 

다만, 그 대상자가 임차인이라면 임대인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서 임차인을 내쫓고 그 곳에서 같은 업종이든, 다른 업종이든 장사를 시작하면, 더 많은 이득을 취할 수 있게 된다. 이것도 사실상 부당이득이 아니겠는가? 그렇기에 우리 법에서는 아파트 만큼이나 상가건물에 대해서는 임대차보호법을 통해 이를 보호하고자 한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어떻게 임차인을 보호하는가?

위 사례 자체를 예로 들어보자. A는 B로부터 건물을 빌려 회사를 운영하고 그 대가로 보증금 42,000,000원에 차임을 월4,200,000원씩 지급하였다. 쉽게 월세라 생각하면 된다. 주택임대차보호법과 같이 상가건물 역시 임차인에게 6개월 전에 계약을 갱신하지 않을 것임을 통보하여야 하며, 임차인은 특별한 사유가 아니라면 강제로 계약을 갱신해달라는 갱신권을 사용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주택과 완전히 일치한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계약갱신 요구 등) 
① 임대인은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만료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사이에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한다.

 

하지만 임차인의 중대한 과실로 인해 갱신권을 막을 수 있는 것 외에도, 임대인은 안전 상의 이유로 또는 재건축을 통한 부동산 정비를 위해서는 이를 거절할 수 있게 법으로 정하고 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계약갱신 요구 등) 

① …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7. 임대인이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목적 건물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철거하거나 재건축하기 위하여 목적 건물의 점유를 회복할 필요가 있는 경우
가.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공사시기 및 소요기간 등을 포함한 철거 또는 재건축 계획을 임차인에게 구체적으로 고지하고 그 계획에 따르는 경우

 

대신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는 임대인이 실거주의무가 있었듯이 상가건물 임대인도 재건축을 위해서 쫓았으면, 반드시 재건축을 한다는 확실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임차인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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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이득금은 왜 발생하는가? 

위 사례의 경우 B는 재건축을 이유로 계획도 고지하는 등 모든 의무를 다하였고, 이에 따라 11월에 A는 건물을 다시 B에게 인도했어야 한다. 하지만 A는 이를 바로 인도하지 않고 다음해 2월인 4개월 뒤 이를 반환하였다. 그렇다면 B는 다음과 같이 주장할 수 있다.

 

"A가 내가 이를 용인하지 않고 강제로 내쫓았으면, 회사를 운영하지 못했을 텐데, 내가 그래도 가만히 놔두기는 했으니 4개월 간 회사 운영을 통해 얻은 수익은 부당한 이득이다." 

 

또한

 

"4개월 간 A는 무상으로 이를 이용했으니 계약이 만료됐을지라도 A는 월세를 내지 않고 해당 건물을 사용한 것이니, 그만큼도 A는 내 건물을 통해 부당하게 취한 이득이다."

 

둘다 그렇게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은 아니다. 사실 위와 같이 주장하는 것이 오히려 상식적일 수 있다. 두 개 모두 결국 B에게 건물을 빨리 인도하지 않아 A가 챙긴 이득이며, 하지만 전자는 A가 자신의 노무를 통해 얻은 수익이니 B에게 입힌 손해로 보기에는 조금 애매하다. 하지만 후자쪽은 확실히 월세를 내지 않은 것이므로 B에게 가한 손해가 맞다. 그럼 적어도 4개월분 차임에 대해서는 부당이득금이라 B는 주장한다.

민법
제741조(부당이득의 내용)
법률상 원인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그 부당이득은 얼마로 계산해야 하는가?

B가 받은 손해는 보증금 42,000,000원에 대한 4개월분의 월세이다. 다만, 계약은 11월로 끝났다. 그럼 11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의 차임은 기존 계약인 4,200,000원인가? B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계약은 끝난 것이니 차임은 다시 산정해야 하며, 그것도 계약을 갱신하기로 한 약정에 따른 차임이 아닌 A가 부당하게 건물을 인도하지 않아 발생하는 차임이므로 기존의 계약과는 아예 다른 성질이라고 주장한다. 

 

놀랍게도 이러한 차임을 감정해주는 곳이 있으며, 그곳에 맡긴 결과는 보증금 42,000,000원을 기준으로 산정한 월 차임료가 무려 13,061,000원이다. 기존의 4,200,000원과는 약 800만원의 차이가 발생한다. 그것도 월마다... 이제부터는 A도 '에이 그냥 월세 줘버리자.'라고 생각할 수 없는 수준이 되어버렸다. 1,300만원의 4개월분인 5,200만원을 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 사례는 원심의 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환송한 사건이다. 즉, 원심에서는 해당 금액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실제로 판결하였다. 그럼 이제 대법원은 이에 대해서 어떻게 판결했는지 확인해보자.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기 전까지는 계약은 존속된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9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9조(임대차기간 등) 
② 임대차가 종료한 경우에도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을 때까지는 임대차 관계는 존속하는 것으로 본다.

 

이로 인해 B의 주장은 더욱 견고해진 것처럼 보인다. 건물을 인도해주지 않아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것은 B가 당연히 취할 수 있는 권리이므로, 그때까지는 임대차 관계가 존속하는 것이므로, A는 B에게 차임을 지급해야 할 의무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럼 이것은 부당이득금이 맞는가? 대법원은 아래와 같이 판시하고 있다.

상가건물 임대차에서 기간만료나 당사자의 합의 등으로 임대차가 종료된 경우에도 상가임대차법 제9조 제2항에 의하여 임차인은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 임대차관계가 존속하는 것으로 의제된다. 이는 임대차기간이 끝난 후에도 상가건물의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는 임차인의 목적물에 대한 점유를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전과 마찬가지 정도로 강하게 보호함으로써 임차인의 보증금반환채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대법원 2020. 7. 9. 선고 2016다244224, 244231 판결 참조). 따라서 상가임대차법이 적용되는 상가건물의 임차인이 임대차 종료 이후에 보증금을 반환받기 전에 임차 목적물을 점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임차인에게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이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 2011. 7. 14. 선고 2010다82745 판결 참조).

 

대법원은 '제9조 제2항은 임차인의 채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지 보증금 못 주겠으니 해당 기간동안 임대인에게 월세 내라는 소리는 아니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법의 취지와 맞지 않게 임대인을 보호하는 조항은 아니니 이를 근거로 부당이득으로 볼 수는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으니 임대차 관계는 존속되고 있는 것 또한 맞다. 그렇기에 대법원은 위의 차임 감정에 대해서도 이렇게 판시한다.

위와 같은 상가임대차법 제9조 제2항의 입법 취지, 상가건물 임대차 종료 후 의제되는 임대차관계의 법적 성격 등을 종합하면, 상가임대차법이 적용되는 임대차가 기간만료나 당사자의 합의, 해지 등으로 종료된 경우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 임차 목적물을 계속 점유하면서 사용·수익한 임차인은 종전 임대차계약에서 정한 차임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할 뿐이고, 시가에 따른 차임에 상응하는 부당이득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계약관계는 그대로 존속되고 있으니, 원래의 계약대로 월 4,200,000원을 지급하면 되는 것이며, 여기에서 시가에 따른 부당이득을 계산할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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