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결 2022다231403, 231410(2023. 11. 16.) - 근로기준법 제60조(연차 유급휴가) 제49조(임금의 시효)
A는 ○○전문학교 전임교수로 재직하다가 2018년에 퇴사하면서 2015년에 못받은 연차휴가수당을 달라며 2019. 3. 15 소송을 제기하였다. 해당 전문학교에서는 고정급여를 받기로 했으니 미지급금이 존재하지도 않으며, 설사 위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더라도 이를 요구할 수 있는 3년이 넘었기에 지급할 수 없다고 한다. A는 돈을 받고 싶다. |
우리가 일을 하는 것은 헌법에서 말하는 근로의 의무와는 다른 이야기이다. 우리가 갖는 의무는 유사시에 국가의 보전을 위해 근로를 명령할 때 이를 이행해야 할 의무를 이야기하는 것이지, 위와 같은 단순 노무에 대한 의무가 아니다. 그러므로 사용자와 고용인은 기본적으로 계약의 관계이지 의무의 관계가 아니므로 고용인은 당연히 사용자가 계약을 위반했을 때 그에 대한 배상도 요구할 수 있고 미지급금을 주라고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보통 사용자는 돈을 주는 사람이고 고용인는 돈을 받는 사람이니 갑, 을 관계가 명확하다. 돈을 줄 사람이야 그냥 '몰라 돈 없어.' 하면서 아무 행동을 취하지 않아도 되지만, 고용인은 그 돈을 받지 못하면 생활이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고용인을, 즉, 근로자를 법률로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있어 만든 것이 바로 근로기준법이다. 사용자와 고용인과의 계약관계를 규정했기 때문에 민법의 특별법으로 분류한다.
급여의 모습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화폐가 없고 계급이 존재하던 시절, 서양에서는 영주가 농노를 부려 자신의 땅에서 나온 수확물의 일부를 주었고, 우리나라에서는 귀족층이 노비를 부려 가사에 관한 노동을 요구하는 대신 주거를 제공하였으며, 현대 사회는 말할 것도 없이 돈을 준다. 이러한 노무 계약 관계는 화폐란 것이 없던 시절에도 있었으며, 화폐제도가 있더라도 그 대가를 화폐로 지급하지 않기도 한다. 시트콤이긴 했지만 '지붕뚫고 하이킥'에서도 신세경은 급여를 받기야 하지만, 주거와 식사를 제공받는 것도 급여에 포함된다 해야 할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 근로기준법은 근로의 대가로 받는 모든 금품을 "임금"이라 한다.
근로기준법
제2조(정의) ①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5. “임금”이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임금, 봉급, 그 밖에 어떠한 명칭으로든지 지급하는 모든 금품을 말한다.
급여를 주는 방법도 다양하다.
그렇다면 반대로 급여를 모두 현금으로 준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우리는 그 급여를 어떻게 받아야 할까? 근로기준법에서는 이를 어떻게 지급할지에 대해서도 규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43조(임금 지급)
② 임금은 매월 1회 이상 일정한 날짜를 정하여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임시로 지급하는 임금, 수당,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것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임금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흔히 월 단위 급여를 받지 않는다 생각하기 쉬운 쪽이 바로 스포츠 스타이다. 예를 들어 5년에 계약금 10억에 총 60억 계약을 체결했다고 생각해보자(이러한 류의 기사를 많이 접해보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선 선수에게 계약금 10억을 지급하고 나머지 50억을 5년간, 즉, 1년에 10억을 지급한다. 프로야구는 2월부터 11월까지만 일을 하기에 1월, 12월을 제외한 10월에 걸쳐 해당 연봉을 나누어 지급한다. 즉, 1월에 1억씩 지급받게 된다. 이렇게 연봉제라는 이름을 하고 있지만 1년치를 미리 다 지급하지는 않고 월단위로 나누어 급여를 지급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이럴 거면 그냥 월급으로 얼마 지급하겠다고 계약을 하면 되지, 왜 귀찮게 굳이 1년치를 전부 계산하여 지급하겠다고 한 뒤 이걸 또 다시 12월로 나누어 지급하는 것일까?
월 단위로 급여를 지급한다면, 중간 중간 지급하는 수당에 대해서 특별히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명절휴가비를 지급한다고 할 때, 설날이 2월에 있으면 2월 급여에 같이 주면 되고, 정근수당을 언제 지급하기로 했다면 그 달에 받으면 된다. 다만, 연봉제를 취하게 되면 계약을 하는 시점에 그 해당년도에 지급받을 금액을 모두 정해서 계약을 하게 된다. 즉, 위의 프로야구 선수가 명절 수당을 받는 걸로 계약한 것이라면, 애초에 1년에 받기로 한 10억에 명절수당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전년도에 출근한 사실을 근거로 올해 휴가를 받는다.
위 사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A가 재직중이던 ○○전문학교의 취업규칙에서는 통상임금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전문학교 취업규칙
제35조(임금의 구성항목)
① 직원에 대한 임금은 기본급 및 직책수당(이하 ‘통상임금’이라 한다)과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 법정수당으로 구성한다.
이에 따라 피고인 학교 측에서는 A가 매월 고정급여를 지급하는 포괄임금계약을 체결하였고, 이 임금에는 위 규칙에 따라 법정수당이 모두 포함되어 있으니, 연차휴가미사용수당도 지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A는 연봉계약을 근거로 반박하였다.
A의 연봉계약
제4조(임금내역)
2) 다음 연봉은 급여, 특근, 당직, 파견, 출장, 식대 수당을 포함한다.
위와 같이 연봉에 연차휴가미사용수당이 포함된다고 명시하지 않았으니 이를 따로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원은 계약서의 내용에 따라 A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자 학교측에서는 이번에 해당 수당의 청구시효를 가지고, 2015년에 지급하지 못한 수당은 시효가 끝나 지급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위와 같이 판시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60조에 정한 연차유급휴가권을 취득한 근로자가 그 휴가권이 발생한 때부터 1년 이내에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발생하는 연차휴가미사용수당도 그 성질이 임금이므로(2011다4629), 같은 법 제49조의 규정에 따라 연차휴가미사용수당 청구권에는 3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고, 그 기산점은 연차유급휴가권을 취득한 날부터 1년의 경과로 그 휴가의 불실시가 확정된 다음 날이다(2012다105505)
우선 A는 2014. 7. 21.부터 2015. 7. 20.까지의 근무에 대해서 그 다음날인 2015. 7. 21.에 연차유급휴가권을 부여 받게 된다. 그렇다면 학교측 주장대로 2015. 7. 21.부터의 3년이 아니라 이 휴가권이 소멸되는 1년 뒤인 2016. 7. 21.에 와서야 휴가를 사용하지 않은 것에 대한 수당을 지급해 달라는 청구권이 발생하는 것이고, 이때부터의 3년인 2019. 7. 20.까지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소 청구일은 2019. 3. 15.이므로 소멸시효 도래 전 적법하게 청구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근로기준법
제49조(임금의 시효) 이 법에 따른 임금채권은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소멸한다.
즉, 우리는 일을 하면서 그 해에 연가를 쓰기 때문에, 당연히 그 해 일하는 것에 대한 권리라 생각하지만,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전년도 일을 한 것에 대한 보상으로 당해 연도에 지급하는 것이며, 그 권리를 1년 간 행사할 수 있다고 해석해야 한다는 뜻이다.
근로기준법
제60조(연차 유급휴가)
① 사용자는 1년간 80퍼센트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
(전년도 80% 이상 출근 → 올해 15일 휴가)
⑦ 제1항ㆍ제2항 및 제4항에 따른 휴가는 1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된다.
(즉, 휴가를 받은 뒤 1년 간은 받은 유급휴가를 쓸 권리가 생긴다.)
⑤ 사용자는 제1항부터 제4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휴가를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주어야 하고, 그 기간에 대하여는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는 통상임금 또는 평균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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