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0두51181 판례(23. 11. 9.) - 국세기본법 제81조의15(과세전적부심사)
지난번 포스팅에 이어 같은 판례에 대한 다른 관점도 살펴보고 가고자 한다. 이전 포스팅을 읽는 것을 추천한다.
우리는 어디까지를 줬다고 하는가? 주식상장에 따른 이익증여
대법원 2020두51181 판례(23. 11. 9.) -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1조의3(주식 등의 상장에 따른 이익의 증여) A와 B는 친족관계이다. A가 대주주로 있는 甲회사는 B가 주주로 있는 같은 업종의 乙회사의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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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포스팅에서 말한 바와 같이 이번 판례에서 대상자들의 증여행위는 인정하였으니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적절한 판단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 증여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하지 못하였다. 증여가 맞다고 했음에도 말이다. 이번에는 그 이유에 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세금은 국가가 강제로 뺏어가기에, 뺏기 전이나 뺏은 후나 구제할 수 있게 해 놓았다.
우리 헌법이 추구하는 여러가지 자유 중에 유난히 설명히 길고 조문도 많은 자유들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2개가 신체의 자유와 재산권 보장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2조(7항까지 있음)
①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ㆍ구속ㆍ압수ㆍ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ㆍ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
제13조 ②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하여 참정권의 제한을 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
제23조(3항까지 있음)
①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
학설적인 내용은 접어두고, 결국 재산권의 보장은 헌법이 보장하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권리이다. 하지만 국가는 각종 세법(법률)으로 국민의 재산을 징수해간다. 그럼 국가는 헌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기에 형식이라도 '사실 국가는 국민들과 계약에 의해 징수하는 거지 강제가 아니야~'라고 할 필요가 있다. 그럼 강제가 아니려면? 징수당하는 쪽에서 불합리할 때 이에 대항할 수 있는 구제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생긴다. 국세기본법에서는 이러한 논리로 징수 전에는 '과세전적부심사'로 과세 후에는 '불복청구(이의신청, 심사, 심판청구)' 제도를 마련해 놓았다.
과세전적부심사란?
말 그대로 과세 전에 적부(適否)를 심사한다는 뜻이다. 그럼 무엇에 대해 심사를 하는가? 이에 대해선 국세기본법 제81조의15에 그 대상을 명시하고 있다.
국세기본법
제81조의15(과세전적부심사)
① 세무서장 또는 지방국세청장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미리 납세자에게 그 내용을 서면으로 통지(이하 이 조에서 “과세예고통지”라 한다)하여야 한다.
1. 세무서 또는 지방국세청에 대한 지방국세청장 또는 국세청장의 업무감사 결과(현지에서 시정조치하는 경우를 포함한다)에 따라 세무서장 또는 지방국세청장이 과세하는 경우
2. 세무조사에서 확인된 것으로 조사대상자 외의 자에 대한 과세자료 및 현지 확인조사에 따라 세무서장 또는 지방국세청장이 과세하는 경우
3. 납부고지하려는 세액이 100만원 이상인 경우. 다만, 「감사원법」 제33조에 따른 시정요구에 따라 세무서장 또는 지방국세청장이 과세처분하는 경우로서 시정요구 전에 과세처분 대상자가 감사원의 지적사항에 대한 소명안내를 받은 경우는 제외한다.
②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통지를 받은 자는 통지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통지를 한 세무서장이나 지방국세청장에게 통지 내용의 적법성에 관한 심사[이하 이 조에서 “과세전적부심사”(課稅前適否審査)라 한다]를 청구할 수 있다. 다만, 법령과 관련하여 국세청장의 유권해석을 변경하여야 하거나 새로운 해석이 필요한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국세청장에게 청구할 수 있다.
1. 제81조의12에 따른 세무조사 결과에 대한 서면통지
2. 제1항 각 호에 따른 과세예고통지
국가가 모든 세금에 대해서 적부심사를 진행한다면, 밀려서 5년 전에 납부하라고 통보된 세금을 이제 납부하게 될지도 모른다. 기본적으로 소액이거나 원래 내야 하는 세금에 대해서는 '과세예고통지'를 하지 않는다. 우리가 월급을 받는다고 매월 근로소득 원천징수대상자라고 통지오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제81조의15는 조문은 길지만 결국 감사나 조사를 받아서 납부하게 된 세금, 즉, 나는 안 내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세무서가 조사해보니 내야한다고 강제한 세금이거나 100만원 이상의 고액을 한번에 납부해야하는 세금에 대해서는 이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고 '서면통지' 해주어야 한다.
이 통지를 받은 사람들이 과세전적부심사의 대상이 된다. 통지를 받는 행위 자체가 적부심사청구할 수 있는 날을 결정하며, 통지를 받은 날(민법에 의한 송달기준에 따른다.)로부터 30일 이내에 통지를 한 세무서장(이것도 관할 문제이기에 중요하다.)에게 적부심사를 청구해야 한다. 이 기간을 지나서 청구하게 되면, 통보된 과세건이 적법한지 여부조차 판단하지 않고 요건불비로 잘라버린다.
다만 통지를 받았더라도 아래와 같은 사유이면 적부심사를 거치지 않고 바로 징수할 수 있다.
국세기본법
제81조의15(과세전적부심사)
③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제2항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1. 「국세징수법」 제9조에 규정된 납부기한 전 징수의 사유가 있거나 세법에서 규정하는 수시부과의 사유가 있는 경우
2. 「조세범 처벌법」 위반으로 고발 또는 통고처분하는 경우. 다만, 고발 또는 통고처분과 관련 없는 세목 또는 세액에 대해서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3. 세무조사 결과 통지 및 과세예고통지를 하는 날부터 국세부과 제척기간의 만료일까지의 기간이 3개월 이하인 경우
4.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
각 호를 살펴보자. 우선 제1호의 납부기한이 도래하지 않았는데도 징수하겠다는 건 정말 급해서 징수하는 경우이다. 납세자가 도망갈 것 같아 얼른 잡아놓고 재산을 빨리 처분한 경우에는 이를 빨리 국고로 귀속시킬 필요가 있다. 언제 이를 가지고 또 도망칠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납세자가 곧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 법인세의 주체는 법인인데 법인이 청산등기를 시작하고 있다면, 지금 납부시키지 않으면 납부할 사람이 사라지게 된다. 사람으로 치면 사망과 같은 개념이다. 수시부과도 마찬가지의 개념이다. 지금 납부하지 않으면 도저히 세금을 징수할 수 없을 거라 판단되는 몇가지의 경우에 수시로 부과하게끔 예외규정을 두고 있다. 즉, 이 경우들은 모두 급한 경우인데 이를 보전해준다고 과세전적부심사를 이용하게 하면 이를 도피시간을 벌 목적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 심사 예외로 규정하고 있다.
조세범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도주의 우려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사전구제제도를 통해 납부를 연기하기보다는 우선 징수해놓고 이후 억울함을 본인이 증명하라는 취지이다. 사전구제제도와 사후구제제도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전자는 납부 자체를 미루기 때문에 걷어가는 쪽에서 그 명분을 찾아야 하지만, 후자는 납부가 이미 끝난 상황이기 때문에 납부를 한 쪽에서 그것이 부당했음을 알려 재산을 다시 찾아와야 한다.
제척기간이란 세금 징수를 할 수 있는 기간을 말하는 것으로, 해당 기간이 경과하고 나면 세금을 납부하게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세무서가 누군가에게 세금을 납부하게 하고 싶다면, 제척기간이 도래하기 전에 납부통지를 해야 한다. 하지만 과세전적부심사는 과세하기 전에 심사를 하는 것이므로 그 심사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납부통지를 미루게 된다. 하지만 과세전적부심사는 신청부터 그 결과가 나오기까지 최대 60일이 걸린다.
국세기본법
제81조의15(과세전적부심사)
④ 과세전적부심사 청구를 받은 세무서장, 지방국세청장 또는 국세청장은 각각 국세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결정을 하고 그 결과를 청구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청구인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이를 악용해보자. 과세관청이 증여세 제척기간 도래 32일 전에 관련내용을 조사하여 납세자에게 예고통지를 하였다. 하지만 납세자가 이 사실을 알고는 예고통지 후 정확히 30일이 지난 시점에 적부심을 신청한다. 이제 세무서는 위 조항에 따라 30일 이내 청구인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하지만 납부통지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제척기간은 계속 흐르게 되므로 세무서에게 남은 기간은 이틀 뿐이다. 적부심 한번 신청으로 그 결과와는 상관없이 제척기간까지 납부통지를 강제로 늦춰 조세를 회피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 국세기본법에서는 제척기간 만료까지 3개월이 남지 않은 과세 건에 대해서는 적부심을 청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과세전적부심사를 거치지 않고 부과처분을 하는 것은 부당하다.
이번 판례에서 과세전적부심사에 관한 의견을 살펴보자.
2. 과세전적부심사의 예외사유에 관하여(피고들의 제1 상고이유)
… 사전구제절차로서 과세전적부심사 제도가 가지는 기능과 이를 통해 권리구제가 가능한 범위, 이러한 제도가 도입된 경위와 취지, 납세자의 절차적 권리 침해를 효율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통제 방법과 더불어, 헌법 제12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적법절차의 원칙은 형사소송절차에 국한되지 아니하고 세무공무원이 과세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준수되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구 국세기본법 등에서 과세전적부심사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과세처분을 할 수 있거나 과세전적부심사에 대한 결정이 있기 전이라도 과세처분을 할 수 있는 예외사유로 정하고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세무조사 결과에 대한 서면통지 후 과세전적부심사 청구나 그에 대한 결정이 있기도 전에 과세처분을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과세전적부심사 이후에 이루어져야 하는 과세처분을 그보다 앞서 함으로써 과세전적부심사 제도 자체를 형해화시킬 뿐 아니라 과세전적부심사 결정과 과세처분 사이의 관계 및 그 불복절차를 불분명하게 할 우려가 있으므로, 그와 같은 과세처분은 납세자의 절차적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절차상 하자가 중대하고도 명백하여 무효이다
이 사건 세무서는 17. 4. 28.에 세무조사 결과통지를 하였기에, 납세자는 17. 5. 27.까지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할 수 있고 그 결과에 따라 해당 세무조사가 무효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17. 5. 2. 납부고지를 해버렸다. 이로써 납세자는 과세전적부심사 청구의 기회를 박탈당했고, 이는 명백한 세무서의 중대한 위법이 있다고 판시하였다. 절차가 위법하다고 그 세무조사의 결과까지 부정할 수 있냐에 대한 판단이 바로 헌법 제12조 제1항의 적법절차의 원칙이라는 것도 위 판례에서 언급하고 있다. 즉 절차상 하자가 중대하고 그것이 절차적 권리를 침해했다면 그에 근거하는 처분 역시 무효이므로, 증여세 부과대상은 맞으나 증여세를 부과처분에 대해서는 무효 결정을 내린 것이다.
대한민국헌법
제12조
①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ㆍ구속ㆍ압수ㆍ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ㆍ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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