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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로 보는 이야기

우리는 어디까지를 줬다고 하는가? 주식상장에 따른 이익증여

by KatioO 2024.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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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0두51181 판례(23. 11. 9.) -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1조의3(주식 등의 상장에 따른 이익의 증여)

A와 B는 친족관계이다. A가 대주주로 있는 甲회사는 B가 주주로 있는 같은 업종의 乙회사의 주식을 가지고 있다. A는 甲회사를 청산하면서 甲회사가 가지고 있던 乙회사의 주식을 乙회사의 주주들에게 유상증자, 무상증자의 방식으로 나누어 주었고, 이 과정에서 B도 甲회사가 가지고 있던 乙회사의 주식을 추가로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 乙회사가 상장하면서 B는 많은 이득을 얻게 된다. 

 

본 사건만 보더라도 '증여'라는 개념은 정말 애매모호할 수 밖에 없다. 당장에 위 사례만 보더라도 乙이 상장하지 않았더라면? 이익이 발생하지 않으니 증여로 보지 않았을까? 아니 증여는 어쨌든 줬다는 것인데 이익을 보지 않더라도 증여는 증여가 아닌가? 사람과 사람 간의 금전 거래가 반드시 현금 등 현물로만 왔다갔다 하지 않기 때문에, 현대의 상증세법은 더욱 고차원적인 판단을 요하고 있다. 

 

이번에는 특별히 결론을 먼저 내리고 시작한다. 위 사례는 세무서가 대법원에 상고한 사례로 대법원은 결국 증여세의 부과처분은 잘못됐기에 부과할 수 없다고 하였다. 다만, 그 부과처분이 잘못된 이유는 세무서가 절차를 지키지 않아서이지 증여가 아니라서 무려 28억에 달하는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는 건 아니라고 하였다. 우리가 영장이 발부되어도 실질심사를 거치지 않으면 그 영장발부가 위법이듯이, 세무조사 이후 납세자에게 과세하게 하려면 반드시 '과세전적부심사'를 거쳐야 한다. 이는 강제절차에 대한 납세자의 최소한의 방어권이며, 이를 어겼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세금을 납부하지 않아도 되는 면죄부를 받게된다. 

 

다만, 이번 포스팅에서 다루고자 하는 건 일상생활에서 '증여'란 무엇인지에 대해 포괄적인 내용을 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판결의 내용과는 방향이 다르게 진행된다는 점을 미리 알려드린다. 판결은 무죄였지만, 증여는 맞다고 판시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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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평생을 일군 세금인데 왜 국가가 이를 징수해가는가?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온 증여의 1번 뜻은 '물품 따위를 선물로 줌'이다. 우리는 보통 대가를 받고 무언가를 얻으면 거래를 했다고 하지, 선물을 줬다고는 하지 않는다. 선물로 주었다는 것은 곧, 대가를 받지 않고 공짜로 받았다는 뜻으로 법에서는 보통 무상으로 받았다고 한다. 그럼 증여세란? 그 증여한 물건에 대해서 세금을 물리는 것이다. 보통은 친족 간에 이루어지므로 친족 간의 상황을 놓고 이야기를 해본다. 우리 아버지가 번 돈을 내가 물려받겠다는데 왜 국가는 이를 징수해가는 것일까? 

 

국민개세주의(모든 국민은 조금이라도 세금을 내야 한다.)에 따라 이 땅에 자리잡고 소득을 창출하는 모든 국민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취지의 세금이 바로 소득세이다. 아무리 모든 국민이 다 세금을 내야하더라도 삼성회장과 내가 버는 소득이 다른데 같은 세금을 낼 수는 없다. 그래서 국민개세주의의 이면에는 소득에 따라 달리 징수해야 한다는 수직적 평등을 내포하고 있다. 즉, 소득세란, 세금을 많이 부담할 수 있는 사람은 세금을 많이 내고 반대의 경우에는 적게 내게 함으로써 재산분배의 공평을 기하고자 함에 목적을 두고 있는 세금이다.

 

증여도 소득의 일종이다. 다만 일반적인 소득과 달리 큰 돈이 오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결혼하고자 하는 자녀에게 아버지가 집 한 채 주는 것은, 그 자녀의 소득 수준이 얼마인지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증여도 소득의 일종이라는 이유로 이를 소득세로 징수해버리면, 그 자녀는 증여를 받은 당해년도 만큼은 종합소득세 과세자가 되어버린다. 자녀가 저소득층이라 해도 말이다. 그래서 수직적 평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다른 징수 방식이 필요하다. 그래서 상속세와 증여세는 소득의 특별한 형태로 보고 따로 법률을 만들어 징수하고 있다.

 

다시 본래의 질문을 살펴보자. 우리 아버지가 번 돈을 내가 물려받겠다는데 왜 국가는 이를 징수해가는 것일까? 증여도 결국 소득이라 이야기 했다. 내 능력과 달리 아버지를 잘 만났다는 이유로 평생 놀고 먹을 돈을 아무런 제재 없이 손에 얻게 된다면 어느 누구도 일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증여를 사회악으로 보고 제재만 일삼는다면 노년에 어느 누구도 일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자식들에게 재산을 나누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 둘의 간극을 좁히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했고 그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법이 상증세법이다. 대를 잇고 그 자녀를 편하게 살게 하기 위해 부모가 노력하는 것은 인간이 종족을 유지하기 위해 선택한 본능이지 자본주의의 괴물에 잠식당한 것이 아니다. 

증여세법[시행 1950. 4. 8.] [법률 제123호, 1950. 4. 8., 제정]
[신규제정]  증여라는 불로무상의 재산을 취득한 자의 그 담세력에 응분한 과세를 하여 국민의 조세부담의 균형을 기하는 동시에 재산분배의 공평을 기하려는 것으로 상속세만으로 포착하기 어려운 부분의 포탈을 방지하여 국가재정의 건실화를 도모하려는 것임.

 

 

현금을 준 것만이 증여가 아니다.

 

문제는 현대에 와서는 재산이랄 것이 너무 다양하게 존재하고 그 가치도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위 사례를 살펴보자. 사실 이 사례는 엄청나게 복잡한 사례이지만, 그 중 상장이익에 따른 증여에 관한 논점만 다뤄보기로 한다. A와 B는 친족관계이다. 그리고 A는 甲회사의 대주주이다. 甲회사는 乙회사의 주식을 일정량 가지고 있다. 그리고 甲은 청산됐다. 그렇다보니 甲회사가 갖고 있던 乙회사의 주식은 주인이 사라진 상태이다. 이를 누군가 독점한 것도 아니고 정식적인 방법(여기서는 유상증자, 무상증자)으로 기존의 乙회사의 주주들에게 그 주인이 사라진 주식을 배분하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乙회사의 주식을 가지고 있던 B도 위 주식을 받게 된다. 중간의 여러 과정들은 제외하고 결과적으로는 A의 주식이 B에게 전달되었다. 그리고 우리 세법은 실질과세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하였다. 

 

 

실질이냐 형식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포괄주의와 실질과세

대법원 2023두44061 판결(2023. 11. 2.) -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19조 제2항(배우자 상속공제) 남편은 건물을 처분한 뒤 현금을 받아 A와 자녀들에게 물려주고 싶어 제3자와 매매계약을 체결했으나 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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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상증세법 제41조의3 조항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1조의3(주식등의 상장 등에 따른 이익의 증여) 
① 기업의 경영 등에 관하여 공개되지 아니한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인정되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이하 이 조 및 제41조의5에서 “최대주주등”이라 한다)의 특수관계인이 제2항에 따라 해당 법인의 주식등을 증여받거나 취득한 경우(조건) 그 주식등을 증여받거나 취득한 날부터 5년 이내에 그 주식등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8조의2 제4항 제1호에 따른 증권시장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증권시장(이하 이 조에서 “증권시장”이라 한다)에 상장됨에 따라 그 가액이 증가한 경우로서 그 주식등을 증여받거나 취득한 자가 당초 증여세 과세가액(제2항제2호에 따라 증여받은 재산으로 주식등을 취득한 경우는 제외한다) 또는 취득가액을 초과하여 이익을 얻은 경우에는 그 이익에 상당하는 금액을 그 이익을 얻은 자의 증여재산가액으로 한다

 

실질로 과세하겠다고 했으니 위의 증자의 방식으로 A의 주식이 B로 넘어간 것은 증여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아니 그에 대한 판단은 나중에 하더라도, 위의 상장에 따른 증여의제 조문을 살펴보자. A와 B가 특수관계인인지는 생각하지 말자(이 부분도 해당 소송의 싸움 대상이긴 했다.). 저기에 모두 해당된다고 가정하자.

 

A의 주식이 B에 넘어간 것이 증여라면 말할 것도 없이 '해당 법인의 주식 등을 증여 받거나'에 해당되고 증여가 아니라 해도 B가 결국 주식을 '취득한 경우'이다. 이때 그 취득한 날로부터 5년이내 해당 주식이 증권시장에 상장하여 초과 이익을 얻게 되면 그 금액 만큼은 증여한 것으로 보겠다는 뜻이다. 결국 B는 애초에 A의 법인청산과 그 과정에서 받은 주식이 증여인지는 둘째치더라도 그 주식이 2013년 7월에 코넥스 시장에 상장되어 큰 이익을 얻었다면 이를 A에게서 증여받은 것으로 생각하겠다고 법은 말하고 있다. 이 대법원 판례의 원심판례를 살펴보자.

주주와 주식회사는 별개의 권리주체로서 그 이해관계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도 아니므로, 지배구조의 변경을 위하여 주식을 양도하였다고 하더라도 이후 상장차익이 발생한다면 구 상증세법 제41조의3에 따른 과세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다. … 乙회사 주식 2,000주를 취득하여 보유하고 있었으므로 위 2,000주와 이를 기초로 유상증자 및 무상증자로 취득한 주식에 대한 증여세 부과처분은 적법하나 … (서울고법 2019누44080)

 

첫번째, A의 청산과정에서 받은 주식을 받은 B는 증여가 맞으니 증여세가 부과되어야 한다. 둘째, 그러한 증여를 한 이유를 불문하고 이후 상장차익이 발생했다면 우선은 위의 상증세법에 따른 과세대상은 된다고 판시하였으며, 대법원도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잘못이 없다고 하였다. 즉, 모두 증여가 맞다고 보는 것이다.

 

 

아무데나 상장한다고 증여로 의제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제41조의3에 따른 과세대상이 되더라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증권시장'에 상장하여야 하는 문제가 아직 남아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구 상증세법 제41조의3 제1항은 최대주주 등과 특수관계에 있는 자가 얻은 비상장주식의 상장이익에 대하여 증여세를 부과하여 증여나 취득 당시 실현이 예견되는 부의 무상이전까지 과세함으로써 조세평등을 도모하려는 취지에서 실제로 상장된 후의 상장이익을 증여 또는 취득 시점에 사실상 무상으로 이전된 재산의 가액으로 보아 과세하는 규정이고, 이러한 상장이익을 해당 주식 등의 상장일부터 3개월이 되는 날인 정산기준일을 기준으로 계산할 뿐이므로, 구 상증세법 제41조의3 제1항에 따른 증여세 납세의무의 성립시기는 주식 등의 증여 또는 취득 시로 보아야 한다. 한편 세금의 부과는 납세의무의 성립 시에 유효한 법령의 규정에 따라야 하고, 세법의 개정이 있을 경우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개정 전후의 법령 중에서 납세의무가 성립될 당시의 법령을 적용하여야 한다

 

B는 2010. 10. 28.부터 2011. 12. 2.까지에 걸쳐 무상증자, 유상증자의 방법으로 A의 주식을 증여받았다. 그리고 이 주식은 2013. 7. 1. 코넥스시장에 상장하게 된다. 그렇다면 위 판시에 따라 납세의무 성립시기는 상장시점이 아닌 주식을 증여받은 각각의 시점마다 납세의무가 성립한다. 세법은 꾸준히 개정하고 있지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납세의무가 성립될 당시의 법령을 적용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결국 위 주식이 적용될 법령은 상장날인 2013. 7. 1.이 아니라 2010년~2011년까지의 법령이다. 

 

그럼 그때 당시의 상증세법은 증여이익을 어떻게 산정하고 있는지 확인해보자. 당시 상증세법 제41조의3 제4항에 따르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9조제13항에 따른 증권시장에서 최초로 주식등의 매매거래를 시작한 날을 상장일로 보고 있는데, 문제는 여기서의 증권시장에 코넥스시장이 빠져있다는 점이다. 코넥스가 코스닥시장에 추가가 된 건 2013. 2. 22.이기에 납세의무가 성립될 당시의 법에서 말하는 증권시장에 포함될 수 없고, 결국 상증세법 41조의3에 따른 상장이 아니라는 것. 이는 결국 증여로 보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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