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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로 보는 이야기

전세자를 쫓으려면 집주인이 들어와 살아야 한다.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알지?

by KatioO 2024.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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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2다279795 판례(23. 12. 7.) -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계약의 갱신)

A는 자신이 전세를 내준 아파트에서 직접 거주하기 위해 임차인으로 들어와 있던 B에게 나가줄 것을 요청했다. B도 이에 수긍하고 집을 비워주기로 하였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A가 실거주의 목적이 아닌 것 같다. B는 A에게 계약을 갱신하겠다며 내용증명을 보냈고, A는 이에 B에게 건물 인도 소송을 제기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대인이나 임차인이나 다들 이런저런 이유로 관심이 많다. 우리는 살면서 '사회 안에서 살고있다.'라는 말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가. 집을 구하고, 일을 하며 보수를 받고, 누워서 유튜브도 보면서 다음날 그에 관해 이야기하며 살고 있다. 집을 구하는 것도 취득이든, 양도든 계약이며, 일을 하는 것도 노사 계약, 유튜브를 보기 위해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것도 계약, 통신사를 이용하는 것도 계약이다. 이렇게 우리는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사회를 구축하는 데 계약은 빠질 수 없는, 더 나아가 정치인을 뽑고 대표인을 뽑아 나의 안전을 지켜주고 삶을 윤택하게 행정을 하는 묵시적 계약(보통 선거로 구현한다.)을 맺었다고까지 본다면, 사회는 계약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것이 사회계약론의 가장 기본적인 틀이다.

 

사회가 계약으로 구성되어 있는 만큼 계약이란 굉장히 중요하고 누구에게나 공정해야 하기에 민법을 만들어 계약의 방법과 한계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계약의 가치가 동일할 수 없다. 우리가 사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의식주와 관련된 계약은 다른 계약들과는 달리 사람의 생명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에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 중 주(宙)와 관련된 현세대 가장 핫이슈인 주택임대차보호법과 관련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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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임대차보호법은 애초에 한 쪽이 불리한 법이다. 

앞서 말했지만 주(宙)와 관련된 계약관계를 규정한 법이다. 의식주와 관련된 법이다 보니 일반 계약과는 다르게 어떤 방식으로든 주택을 유지하는 방향으로는 관대하고 주택을 없애는 방향은 어렵게 만들도록 설계한 법이다. 일반 계약과는 다르기 때문에 민법에 대한 특례로 규정하고 있으며,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애초에 효력이 없다고 한쪽의 편을 들어주고 있다. 이런 불합리한 법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

주택임대차보호법
제1조(목적) 이 법은 주거용 건물의 임대차(賃貸借)에 관하여 「민법」에 대한 특례를 규정함으로써 국민 주거생활의 안정을 보장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10조(강행규정) 이 법에 위반된 약정(約定)으로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그 효력이 없다.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집을 빌려주면서 자신은 서울역에서 노숙을 하는 경우는 없다(있을 수도 있겠지만 없다고 하자.). 결국 임대인은 당장에 임차인이 나가지 않아도 본인이 살 곳은 마련되어 있는 상황일 것이다. 그것이 자가이든 임대이든 간에 말이다. 하지만 임차인은 그렇지 못하다. 위와 같이 본인이 임대인이면서 임차인일 수도 있지만 그런 경우보단 무주택 임차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장에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빌려준 집이 없어도 살 곳은 있지만 임차인은 이 집을 반납하면 당장에 살 곳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일반론적인 이야기이다. 그렇기에 임대차계약에서 만큼은 임차인의 손을 들어주려는 입법자의 취지가 담겨있는 법인 것이다.

 

그렇기에 위 법에서는 임차인이 원하기만 한다면 4년까지 임대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전세로 눌러 앉을 수 있다. 하지만 임대인도 집이 없어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임차인에게 빌려준 집에 본인이 살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주택임대차법에서는 다음과 같은 예외조항을 두어 임대인의 손을 들어준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계약의 갱신) 

① 임대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의 기간에 임차인에게 갱신거절(更新拒絶)의 통지를 하지 아니하거나 계약조건을 변경하지 아니하면 갱신하지 아니한다는 뜻의 통지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기간이 끝난 때에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본다.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2개월 전까지 통지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또한 같다.

제6조의3(계약갱신 요구 등) ① 제6조에도 불구하고 임대인은 임차인이 제6조제1항 전단의 기간 이내에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8. 임대인(임대인의 직계존속ㆍ직계비속을 포함한다)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

 

왜 실거주하려고 하는 것인가? 임대인이 굳이 임차인이 들어와 있는 집에 살겠다는 건 자신이 원래 살고 있던 집을 처분해야 할 이유가 생겼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결국 임대인도 집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둘 중 누군가가 집을 포기해야 한다면 본래의 주인인 임대인의 손을 들어준다는 뜻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모든 사람들은 집을 투자의 목적으로 거래하지 않아 1세대 1주택을 기본으로 하는 아주아주아주 일반적인 상황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 상황이 너무 황당할지라도 앞으로 계속 언급할 예정이니 기억하길 바란다.

 

 

집에서 나가달라는 것은 지금이고, 임대인이 실제 거주하는 건 미래의 일이다.

문제는 이 계약의 시점에서 생긴다. 임차인은 계약 만료일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나 이집에 계속 살래.' 라며 갱신을 요구하면 임대인은 실제 거주할 목적으로 빼달라고 하지 않는 이상 그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 그렇기에 임대인이 이 시점에 실제 거주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힌다. 결국 임대인이 이 집에 들어와 살게 되는 건 지금이 아닌 계약만료일 이후의 일이다. 그렇다면 지금 시점에서는 어차피 진짜 임대인이 살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미래의 일이기 때문이다.

 

우선 집을 빼고 나서 이후에 몰래 한번 보는 것도 실익이 없다. 내가 원한 건 그 집에 살고자 함인데 집 빼고나서 '사실은 집주인이 안 살던데요?'라 해봤자 그 소송이 끝나기 전까지 노숙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결국 다른 집을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손해배상은 그 이후의 문제이다. 이런 일을 직접 겪어보면 알겠지만 돈의 문제가 아니다. 의식주는 생명과 관계된 문제이다. 

 

결국 저 예외조항 하나로 임대인은 실거주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것만으로 간단히 이 법에서 해방된다. 이는 임차인을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에도 너무 벗어나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임차인을 보호하고자 한다지만 결국 그 보호의 근원인 주(宙)를 보호하고자 함에는 임대인을 제외할 수 없다. 이러한 괴리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위 사례에 대한 판례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실제 거주여부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면 그건 임대인이 증명하여야 한다.

임대인(임대인의 직계존속·직계비속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한 증명책임은 임대인에게 있다. ‘실제 거주하려는 의사’의 존재는 임대인이 단순히 그러한 의사를 표명하였다는 사정이 있다고 하여 곧바로 인정될 수는 없지만, 임대인의 내심에 있는 장래에 대한 계획이라는 위 거절사유의 특성을 고려할 때 임대인의 의사가 가공된 것이 아니라 진정하다는 것을 통상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 정도의 사정이 인정된다면 그러한 의사의 존재를 추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임대인의 주거 상황, 임대인이나 그의 가족의 직장이나 학교 등 사회적 환경, 임대인이 실제 거주하려는 의사를 가지게 된 경위, 임대차계약 갱신요구 거절 전후 임대인의 사정, 임대인의 실제 거주 의사와 배치·모순되는 언동의 유무, 이러한 언동으로 계약갱신에 대하여 형성된 임차인의 정당한 신뢰가 훼손될 여지가 있는지 여부, 임대인이 기존 주거지에서 목적 주택으로 이사하기 위한 준비의 유무 및 내용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 있다.

 

즉, 실제 거주할 의사가 있다는 말은 단순히 말만 해서는 안되고, 그것을 수긍할 수 있는 여러가지 사정을 같이 이야기해야 인정된다는 것이다. 이런 여러가지 사정은 이런저런 것으로 종합하여 판단할 수 있다는 무적 답안지를 적어놓았다. 결국 각 사례별로 판단한다는 것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말만 가지고는 안돼!'이다.

 

이 사례의 원심 판례를 살펴보면 그 뒷배경을 알 수 있다. 처음에는 A의 가족이 살고 A의 부모는 근처 아파트로 이사를 오겠다고 했으나, B가 계약 갱신권을 요구하자 A가 살겠다고 하였다가 5일 뒤 A의 부모가 살 것이라며 말을 바꾼 점, A의 부모가 살겠다고 한 이유에 대해서 병원 진료에 대한 편의를 들었지만, 실제 병원 방문 횟수가 적은 점, A가 살겠다고 주장한 것 역시 본인이 주장하면서도 제주도에 있는 A의 거주지를 매도하려는 움직임도 없었다는 점 등을 들어, A든 A의 부모든 그 집에 실제 거주하려는 이유가 진정하다는 것을 통상적으로 수긍하기엔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이유는 왜 통상적으로 수긍하기 어려운가? 에 대한 답변은 사실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전적으로 법관의 판단이기 때문이다. 그럼 이것은 복불복인가? 법관 뽑기 싸움인 것인가? 이것이 바로 내가 위에서 정말 말같지도 않은 소리라고 생각할 아주아주아주 일반적인 상황이라며 써놓은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했던 이유이다.

 

계약갱신권이 악법으로 보이는 이유는 사실 주택을 투자상품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주(宙)는 중요하지만, 너무 비싸다. 하지만 위에서도 말했듯이 의식주는 돈의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집을 갖고 생명의 불안함을 없애는 것은 그 사회의 안정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너무 비싸다. 그렇다고 시급을 한 3년만 열심히 일하면 집을 가질 수 있는 수준으로 올려줬다가는 사업자는 다 망한다. 안 망해도 어마어마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린다. 그렇기에 국가가 집을 사는 것에 대해 대출 등의 형식으로 보완해주고 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이를 투자의 개념으로 조금만 돌려서 보면 결국 레버리지 투자이다. 10원에 대출 90원을 더해 100원을 가지고 투자한 상품이 10% 상승하면 10원으로는 1원을 벌지만, 100원으로는 10원을 번다. 즉, 같은 내 돈 10원이라도 레버리지로 투자하면, 1원 벌 것을 10원 번다. 10원으로 90원 대출해서 100원으로 투자 후 110원 중 90원을 다시 갚으면 20원이 된다. 10원이 20원으로, 10% 수익이 100%의 수익으로 바뀌었다. 대출 한번 받았을 뿐인데 말이다. 

 

레버리지 투자의 문제는 위와 반대되는 경우에도 성립된다는 것이 문제다. 10원으로 똑같이 레버리지 투자를 했지만 10%가 떨어지면, 100%를 잃는다. 0원이 된다. 20%를 잃게 되면 내가 투자한 금액만큼 반대로 빚이 생긴다. 10원이니까 10원 더 주면 될 것 같은가? 10원이 아니라 10억이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A의 고의를 우리는 알 수 없다. 무슨 이유로 B를 빼내고 싶었는지, A가 진짜 실거주하고자 했는지, A가 투자의 목적으로 임차인이 없는 상태로 부동산을 처분하고 싶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현재의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에 따라 판결을 할 수는 없다. 누군가는 임차인이 너무 악독하다 평가할 수도 있다. 반대로 A가 투자의 목적으로 거짓을 말했다더라도 이건 법이 잘못 만들어진 것이지 A의 잘못이 아니라는 시장논리의 관점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논리 이전에 주(宙)의 가장 근본은 삶의 안정, 나아가 사람의 생명에 관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A가 제주도의 집을 처분하지 않는 등 위에서 말한 아주아주아주 일반적인 상황은 돼서 임대인에게도 임차인을 쫓아내고 들어갈 이 집이 있어야 나도 안정된 삶이 가능하다 정도는 돼야 그 거부권을 인정하겠다는 뜻이다. 또한 이것이 주택임대차법을 만든 목적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1조(목적) 이 법은 주거용 건물의 임대차(賃貸借)에 관하여 「민법」에 대한 특례를 규정함으로써 국민 주거생활의 안정을 보장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규정의 취지는 임차인의 주거생활 안정을 위하여 임차인에게 계약갱신요구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임대인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을 방지(임대인의 주거생활 안정을 위하여→따라서, 이후 임대인이 바뀌어도 그 임대인이 실거주하고자 하면 거부 가능)하기 위하여 임대인에게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임차인과 임대인의 이익 사이에 적절한 조화를 도모하고자 함에 있다.(2021다266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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