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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로 보는 이야기

불법튜닝은 누가 신고해야 하는가? 그리고 누가 처벌받아야 하는가?

by KatioO 2024.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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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례 2023도16690(24. 2. 29.) - 자동차관리법 제34조 제1항, 제81조 제19호

 

A는 B소유의 오토바이를 실제로 운용하고 있는 자로, 본인의 운전 편의를 위해 조향장치를 불법으로 튜닝하고 이를 신고하지 않았다. 이에 검사는 자동차관리법 위반했다며 A를 고발하였지만, A는 자동차관리법 제31조에 근거하여, 자동차 튜닝의 신고의무는 소유자인 B에게 있으므로, 그 위반에 대해서는 자신에게 물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번에도 굉장히 그럴싸한 주장을 하고 있다. A나 검사나 오토바이가 '불법으로 튜닝' 되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다만, 자동차관리법 제34조에서는 튜닝을 실시할 시 신고자를 정해놓고는 그 위반에 대해서는 주체가 없다는 사실이다. 

자동차관리법
제34조(자동차의 튜닝)
 ① 자동차소유자가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항목에 대하여 튜닝을 하려는 경우에는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제81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9. 제34조(제52조에서 준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를 위반하여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의 승인을 받지 아니하고 자동차에 튜닝을 한 자

A가 나쁜놈이다! 라고 하기 전에 위 조문에 대한 해석을 문법적으로 접근해보자. 34조에서는 소유자가 승인을 받게 하고 있는데, 81조에서는 승인을 받지 않고 튜닝을 한 사람을 벌한다고 되어있다. 기본적인 논리의 흐름이라면 당연히 34조에서 절차를 정해주었는데, 그 절차를 지키지 않는 사람은 처벌하겠다고 했으면, 결국 그 절차를 지키지 않은 주체, 여기선 자동차의 소유자가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마냥 이상한 논리는 아니지 않은가? 이번 판례를 통해 우리는, 우리의 법이 갖는 진정한 의미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조문 하나하나의 의미를 파헤치는 것보다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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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보호법은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지, 청소년을 벌하기 위한 법이 아니다.

혐오의 세대를 살고 있는 현대의 사람들에게, 젠더 갈등 만큼이나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바로 세대 갈등, 특히, 청소년 층에 대한 혐오이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학폭 미투 등을 통해 요즘의 청소년 범죄가 얼마나 잔혹하고 지능화되었는지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되는 이야기이다. 한편으로는 이렇게도 이야기한다. 이런 정보전달이 빨라진 시대에서 당여한 현상인 것이지, 과거의 청소년, 현재 어른으로 불리는 당신들의 세대에서도 항상 있어왔던 일이라고 말이다. 물론 과거에 당신들도 그랬기 때문에 현 청소년의 문제도 용인할 수 있다느니, 별로 심각하지 않다느니의 논리는 애초에 말이 안되는 것이지만(이를 우리는 피장파장의 오류라고 한다.), 우리가 사회적으로 잘못됐다고 하는 것과 범죄의 주체가 다른 가장 대표적인 법이 바로 이 「청소년보호법」이므로 이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내고자 한다.

청소년 보호법
제1조(목적) 이 법은 청소년에게 유해한 매체물과 약물 등이 청소년에게 유통되는 것과 청소년이 유해한 업소에 출입하는 것 등을 규제하고 청소년을 유해한 환경으로부터 보호ㆍ구제함으로써 청소년이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함을 목적으로 한다.

 

청소년 보호법의 맹점을 이야기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담배, 술은 청소년들이 했는데, 왜 힘든 자영업자를 처벌하나?"에 관한 이야기이다. 청소년 보호법 제1조의 내용을 살펴보면 "청소년에게 유해한 매체물과 약물 등이 유통되는 것을 규제하고 그러한 환경으로부터 보호하여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함을 목적으로 한다." 고 규정하고 있다. 즉, 청소년 보호법은 청소년이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규정한 법이 아니라, 청소년이 이렇게 하지 않도록 주변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규정한 법이다. 결국 청소년 보호법의 법의 논리는 이러하다. "청소년은 담배, 술을 하지 말아야 한다." 가 아닌, "청소년이 담배, 술을 사지 못하게 하여야 한다." 이다. 따라서 이를 판매하는 편의점 등 영세사업자들이 최선을 다해 이를 확인하지 않고 판매한 경우 영업정지 등으로 처벌하고 있는 것이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청소년들의 행동을 평가하고자 함이 아니고, 법의 논리에 관한 이야기이다. 현대의 청소년들이 이를 악용하여 업주를 협박하는 등의 문제의 주체는 당연히 청소년들이다. 그럼 이 논리에 따라서, 청소년 보호법을 개정하여 '청소년이 청소년보호법을 악용하여 상대방이 처벌받도록 한 경우 해당 청소년도 함께 처벌한다.'는 규정을 만들 수는 없다. 이 법이 만들어진 가장 큰 목표 제1조에 모순되는 조항이기 때문이다. 단순한 법의 논리라면 우리는 앞으로 "청소년 보호법을 개정하자." 라고 해서는 안되고, "청소년 처벌법을 제정하자."라고 하여야 한다.

법의 목적은 생각보다 명확하다. 

우리의 법은 약자의 보호에 굉장히 적극적으로 나선다. 가정폭력의 경우 한쪽이 보통 약자이기에, 그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로 이를 보호하고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해당 가해자는 일반적인 형법에서의 폭행과는 다르게 가정 내에서 일어나는 폭행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여, 재발을 방지하고 피해자를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형법에서의 처벌에 더해서 수강명령, 사회봉사 등 보호조치도 취할 수 있는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도 함께 제정되어 있다. 피해자는 보호하면서 가해자는 그 특수에 비례하여 어떠한 형태로든 더 많은 제약을 가하는 것이다.

 

아동, 성 역시 마찬가지이다. 아동은 「아동복지법」으로 보호하고 있으며, 이를 학대하는 가해자에 대해서는 「아동학대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으로 처벌하고 있으며, 성(性)의 경우 아동, 청소년이면 '아청법', 성인이면 '성폭력방지법'으로 보호하면서 동시에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으로 가해자를 더욱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다. 

 

다만,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사안이 있다. 아동, 성, 가정 내에서 누군가를 보호하면서 그 상대방을 처벌한다는 개념 자체는 결국 그 상대방이 모두 "성인"임을 대전제로 두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이러한 법 논리로도 우리가 애초에 논했던 "나쁜 청소년들에 대한 처벌"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가해자가 성인이 아닌 청소년일 경우, 청소년을 미성숙한 개체로 판단하고 처벌보다는 성행교정 등에 초점을 맞춘 「소년법」이 존재할 뿐이다. 

 

 

자동차 관리법은 자동차의 성능 및 안전을 확보하여 공공의 복리를 증진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렇게 법은 그 법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인지를 명확하게 드러낸다. 이제 위 판례인 자동차 관리법을 살펴보자. 자동차 관리법의 목적은 여러 사항을 정해 놓고 이를 국가가 효율적으로 관리하게 하여 "안전을 확보함"에 그 목적이 있다.

자동차 관리법
제1조(목적) 
이 법은 자동차의 등록, 안전기준, 자기인증, 제작결함 시정, 점검, 정비, 검사 및 자동차관리사업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하여 자동차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자동차의 성능 및 안전을 확보함으로써 공공의 복리를 증진함을 목적으로 한다.

우선, 튜닝으로 안전을 확보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만약 누군가가 자신이 운전 중 무시당하는 것이 싫어 차의 주변을 칼, 톱 아니면 강철로 만든 뾰족한 구조물 들을 설치하여 다른 차가 자신에게 다가오지 못하게 하려 했다면, 이렇게 도로를 횡보하는 것만으로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위협적일 것이다. 이런 과격한 예시가 아니더라도 운전자라면, 야간에 운전하던 중, 너무나 화려한 조명을 달아 놓은 오토바이들 때문에 자신의 시야를 방해받은 경험이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이렇게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본인의 판단이 상대방에게는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고, 이는 자동차라는 물건의 특성상 상대 운전자 또는 동승자, 나아가 보행자의 안전까지도 위협한다. 그렇기에 튜닝은 신고에 의해 절차에 맞춰 정해진 범위 안에서 이루어지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 「자동차 관리법」이다.

 

이 법은 난립하는 튜닝을 막음으로써 자동차 소유주를 보호하는 것이 아닌 "공공의 안전"을 보호하여야 한다. 그런데, 만약 A의 주장대로 튜닝으로 처벌받는 사람은 자동차 소유자로 한정한다고 가정해보자. 자신은 처벌을 받지 않기 때문에, 나의 입맛에 맞추어 자동차를 튜닝을 한다. 그리고는 자신은 소유자가 아니므로 신고의 의무에서 벗어나므로 처벌받지 않는다고 주장해버린다. 제81조의 문구를 그대로 해석한 거 아니냐고 A는 주장하겠지만, 그 결과는 그 법이 탄생한 목적을 너무나도 훼손시키고 있다. 이에 판례는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다.

자동차 튜닝에 관한 자동차관리법의 규정 내용 및 체계, 앞서 본 입법 취지 등을 감안하는 한편 이 사건 벌칙조항이 그 위반의 주체에 관하여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은 점에 주목하면, 이 사건 승인조항에서 정한 절차적 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누구든지 자동차 튜닝을 할 수 없고, 이를 위반하여 자동차 튜닝을 한 사람은 누구라도 이 사건 벌칙조항에 따라 처벌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즉, 법이 미비한 것이 아니라, 해당 벌칙조항이 그 주체에 관하여 제한을 두고 있지 않은 것 자체가 절차를 갖추지 않는다면 "누구라도" 위 조항에 따라 처벌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가? 하지만, 이 판례는 2심 지방법원 합의부에서 A의 주장을 인용하여 죄가 없다고 판시하여 대법원 와서야 뒤집어진 판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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