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례 2023다275998(24. 1. 25.) - 근로기준법 제11조(적용 범위)
A는 ○○모텔에서 근무하던 직원으로, 해당 모텔에는 7명이 하루에 3~4명 정도가 교대하면서 일을 하였다. A는 2019년 오랫동안 근무해 온 ○○모텔에서 퇴직하면서 퇴직금을 산정 받았는데, 주인장(고용주) B는 "실제로 하루에 근무하던 인원은 4명이니, 근로기준법 대상이 아니므로, 쉬었던 날은 제외하고 지급하겠다."고 하였다. A는 실제 직원은 7명이었으므로, 근로기준법 대상 사업장이며, 그에 따라 연차, 주휴수당 등 근로기준법에서 보장한 수당은 지급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는 의미는 많은 것을 수반하게 된다. 우선 근로기준법상 보장하고 있는 수당들을 지급해야 할 의무가 생기며, 유급연차를 최소한 규정에 따라 지급하고, 근속연수에 따라 그 연차 수도 많이 주어야 한다. 하지만, 모든 사업장에 이를 적용시키면, 사업주, 고용주인 본인이 거의 대부분 일하면서, 아르바이트 생들에게 조금 도움받는 수준의 사람들에게(흔히 영세상인이라고 한다.)는 사람 하나 고용하려다 비용이 더 많이 나오게 되고, 나아가 고용의 위축, 더 나아가 창업의 장벽을 높이는 결과가 발생하게 된다. 이에, 우리 근로기준법은 그 적용범위를 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에 적용되는 근로자는 5인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장에 근무하는 사람들이다.
근로기준법
제11조(적용 범위)
① 이 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 다만, 동거하는 친족만을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과 가사(家事) 사용인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와 노동에 관한 계약관계에서 일반적으로 불리한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최소한의 구제책을 담은 민법의 특별법이다. 최소한의 구제책, 즉, 보충성을 전제로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못해도 이 법에 적혀있는 것 만큼은 고용주가 보장해주라."는 의미가 강하다. 하지만 오롯이 고용주가 갑이고, 노동자가 을인 경우만은 생기지 않는데,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소상공인, 직원을 별로 쓰지 않고 고용주가 노동의 부담을 꽤 많은 부분 지고 있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이 있는데, 고용주인 편의점주가 여력이 안 돼 사람을 쓸 수 없는 상황이라 해보자. 사람을 쓴다는 것, 즉, 그 아르바이트생이 편의점에서 일을 하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아르바이트생에게 주어야 할 급여는 늘어나게 되고, 점주의 이익은 그에 반비례하여 줄어들 것이다. 그렇다고 본인이 24시간 잠도 안자면서 평생 일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점주는 06시부터 22시까지는 본인이, 22시부터 익일 06시까지(8시간 근무)는 직원을 채용하기로 하였다. 직원을 채용했지만 점주는 매일 주말없이 16시간 근무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결국 점주는 너무 무리한 탓에 휴식이 필요했고, 사람을 더 쓰면 매출보다 급여가 더 많이 나가는 상황이다보니, 한 두 달 정도는 편의점을 닫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위 직원은 이에 대해 근로기준법에 따른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며 점주에게 돈을 줄 것을 요구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점주는 매일 주말없이 16시간동안 연차도 쓰지 않고 일했고, 직원은 연차 등 근로기준법에 따른 권리를 사용하였다. 이제는 누가 을인가?
위 상황에서 근로자가 너무 나쁜 사람인가? 그렇지도 않다. 근로기준법에 따른 권리의 주장은 노동자로써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이다. 그럼 무엇이 문제인가? 법의 구조가 문제이다. 근로의 상황이란 것은 대기업이냐, 중소기업이냐에 따라 다르고, 상시직원을 몇 명을 두는 기업이냐, 대체인력을 구할 수 없는 소규모 상공인인가에 따라서, 사업주가 느끼는 근로권의 부담감이 다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직원 1명이 연차를 쓰는 것은 삼성전자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위의 편의점에서는 알바생이 연차를 쓰는 순간 그 하루만을 위해 일할 사람을 1명 구해야하며, 그렇지 않으면 본인이 40시간 연속 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즉, 아무리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어느정도 사이즈는 되는 사업장에 대해서만 이 법을 적용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직원이 5명이기만 하면 5인 사업장인가?
甲편의점은 하루 24시간을 00시~08시, 08시~16시, 16시~익일 00시로 각 8시간씩 나누어 파트타임제로 운영하고 있다. 08~16시 시간대를 제외한 타임대에는 잠을 안 자고 나와서 출근해야 하니, 고용주는 00시~08시와 16시~익일 00시 근무자는 2명씩 뽑아서 교대로 근무를 시키고 있다. 즉, 하루에 근무하는 사람은 3명이지만, 전체 직원은 5명이다. 甲편의점은 5인 사업장인가?
근로기준법
제11조(적용 범위)
②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이 법의 일부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
③ 이 법을 적용하는 경우에 상시 사용하는 근로자 수를 산정하는 방법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근로기준법 제11조 제2항에 보면 "상시"라는 말로 이를 나타내고 있다. 이 상시에 대한 해석은 생각보다 복잡할 수 있다. 아래의 판례를 살펴보자.
근로기준법 제11조 제1항의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이라 함은 ‘상시 근무하는 근로자의 수가 5명 이상인 사업 또는 사업장’이 아니라 ‘사용하는 근로자의 수가 상시 5명 이상인 사업 또는 사업장’을 뜻하는 것이고, 이 경우 상시란 상태(常態)를 의미하므로 근로자의 수가 때때로 5인 미만이 되는 경우가 있어도 사회통념에 의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상태적으로 5인 이상이 되는 경우에는 이에 해당한다(2008도364)
위의 배경에는 일반음식점으로 홀에서 서빙하는 인원 3명, 주방에서 3명이 일을 하다가 폐업하기 한 3~4달 정도에는 정리하는 과정이었다보니 총 직원을 4명으로 운영했다는 사실이 있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5인 사업장으로 판단했다. 배경없이 위 판례를 봤을 때에는 "어쩌다 한번 4명이 근무한다고 5명 사업장이 4명 사업장이 되면 안되지!" 했을 테지만, 정작 3~4개월 정도가 4명이 근무를 했다고 하면, 어찌됐든 마지막에는 5인 사업장이 아니었다고 보기에도 충분한 기간이지 않은가? 얼마나 길게 4인으로 운영을 해야 "때때로"가 아닌 "상시"가 되는 것인가? 또한 그렇다면 위 甲편의점도 교대근무를 하고 있지만 이를 때때로 5인 미만이 된다고 생각하고 5인 사업장으로 판단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여긴 3~4개월은 아예 총 직원이 4명인데도 인정받지 못했는데 말이다. 아래의 또 다른 판례를 살펴보자.
주휴일은 근로기준법 제55조 제1항에 의하여 주 1회 이상 휴일로 보장되는 근로의무가 없는 날이므로, 주휴일에 실제 근무하지 않은 근로자는 근로기준법 제11조 제3항의 ‘상시 사용하는 근로자 수’를 산정하는 기준이 되는 같은 법 시행령 제7조의2 제1항의 ‘산정기간 동안 사용한 근로자의 연인원’ 및 같은 조 제2항 각호의 ‘일(日)별 근로자 수’에 포함하여서는 아니 된다. 주휴일은 매주 일정하게 발생하는 휴일로서, 주휴일에 실제 출근하지 않은 근로자를 상시 사용 근로자 수에서 제외하여야 해당 사업장의 보통 때의 통상적인 사용 상태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고, 이를 제외하여도 사용자나 근로자가 근로기준법의 적용 여부를 사전에 파악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어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해하지 않기 때문이다.(2020도16228)
교대근무를 한다는 것은 전일 야간근무를 한 것에 대한 건강권을 보장하는 목적으로 매주 일정하게 발생하는 휴일이므로, 甲편의점에서 전일 야간 근무를 하고 다음날 쉬는 근로자는 상시 사용 근로자 수에서 제외하여야 한다고 판례는 명시하고 있다. 결국 甲편의점주는 자신의 사업장을 5인 미만 사업장으로 등록하여 근로기준법의 일부만 적용받는 예외사업장(근로기준법 제11조 제2항)이 된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7조(적용범위)
법 제11조 제2항에 따라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하는 법 규정은 별표 1(근로기준법의 일부)과 같다.
사실 위의 2008도364 판례의 경우, 이러한 판단의 뒷 배경에는 식당의 크기가 61평이라는 점과 홀 좌석이 120개였다는 사실이 있었고, 이를 법원에서도 고려하여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판례 전체를 뜯어서 볼 수는 없으니 그 판례의 중요 판단 부분만 보게 되므로, 뭔가 법원은 비합리적이고 모순적인 판단을 했다고 생각하기가 쉽다. 이렇게 판례는 일부만 보고 그 판단의 취지를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며, 그렇기에 누군가 학습 등을 목적으로 판례를 찾아볼 때 그 취지를 조금 더 쉽게 파악하길 바라는 취지로 이런 포스팅을 올리는 것이다. 판례는 사실 전문을 다 읽어보는 것이 이해에는 더 큰 도움이 된다.
위 ○○모텔도 하루에 3~4명 정도만이 교대로 근무하였다.
위의 판단과 관련하여 우선 원심의 판단인 서울남부지법 2022나54724 판례를 살펴보자.
… 그런데 2016. 11. 및 2017. 12.부터 2018. 3.까지의 기간 사이에 이 사건 모텔에서 근무하고 있는 연인원이 일별 5명이었던 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그것만으로는 위 기간 동안 고용된 근로자 수의 평균이 5명 이상이었는지, 일별 근로자 수를 파악했을 때 5명에 미달한 일수가 2분의 1 미만인지 여부가 불분명한 점, … 앞서 본 법리에 의하면 주휴일에 실제 근무하지 않은 근로자는 근로기준법 제11조 제3항의 ‘상시 사용하는 근로자 수’를 산정하는 기준이 되는 같은 법 시행령 제7조의2 제1항의 ‘산정기간 동안 사용한 근로자의 연인원’ 및 같은 조 제2항 각 호의 ‘일별 근로자 수’에 포함하여서는 아니 되는 점 … 제1심법원의 근로복지공단 성남지사장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 의하면, 원고가 주장하는 위 기간 동안 등록된 산재, 고용 피보험자의 수가 5인 이상에 해당한 적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 제출의 증거 및 이 법원의 근로복지공단 성남지사장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만으로는 2016. 11. 및 2017. 12.부터 2018. 3.까지의 기간 동안 이 사건 모텔에서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위의 이유로 해당 모텔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였다고 보지 않았으며, 대법원은 이러한 고등법원의 판단에 위법이 없다고 판단하였다.(그 외 퇴직금 산정에 관하여만 다시 심리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이를 다루고자 한 것은 아니므로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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